[인터뷰] 가수 아닌 ‘배우’도 제법 잘 어울리는 박규리

입력 2016-04-26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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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역배우였어요. 연습생 시절을 거쳐 카라로 데뷔했고 이제 다시 배우로 회귀한 느낌이죠.”

배우 박규리가 영화 ‘두 개의 연애’로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아역 배우 출신인 박규리는 아이돌 리더에서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왔다. 박규리가 출연한 영화 ‘두 개의 연애’(감독 조성규)는 영화감독 인성(김재욱 분)이 우연히 전 여자친구(박규리 분), 현 여자친구(채정안 분)와 함께 강릉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사적인 자리에서 조성규 감독님을 우연히 만났어요. 영화에 대한 자리도 아니고 편안한 술자리였죠. 그 자리에서 감독님이 일본어를 잘하는 배역에 제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제의해주셨어요. 시나리오도 너무 재밌어서 읽자마자 바로 수락했어요.”

앞서 ‘201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두 개의 연애’에서 그는 재일교포 미나 역을 맡았다. 두 여자 친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인성의 전 여자 친구 역으로 출연했다.

“보통 로맨스 영화는 판타지나 꿈, 미화시킨 사랑이 대다수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낱낱이 드러내는 모습이 그려져서 굉장히 궁금했어요.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도 큰 매력을 느꼈어요. 재일교포라는 캐릭터를 맡을 기회가 쉽지 않잖아요. 이런 역할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꼭 도전하고 싶었죠.”

박규리는 카라 활동을 통해 터득한 일본어 실력을 연기에 활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배역을 맡게 된 직후부터 캐릭터 연구에 돌입했다.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 억양을 파악하며 배역 몰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의 모습이 확연히 다를 거라 생각했어요. 문화적인 차이에서 세세한 생활습관까지 차이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사람도 거의 안 만나고 집에서 일본영화만 봤어요. 한국여자로서 생활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신경 썼어요.”

이러한 노력들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스크린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며 극에서 한 축을 담당했다.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이 ‘기대 이상으로 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첫 작품이라 부담이 컸거든요. 그래도 현장에서 애착과 책임감을 갖고 촬영했어요. 2014년도 겨울에 찍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부국제’에서 작품을 볼 때는 관객들의 시선을 따라 가며 보는 법을 알게 됐어요.”


영화의 막이 올라감과 동시에 엔딩크레딧에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박규리가 루시드폴 원곡의 ‘봄 눈’으로 영화 OST에 참여한 것. 이제는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참여한 음악작업에 그의 기분 역시 새롭고 남다르다.

“영화 OST에 참여하는 건 정말 좋은 기회죠. 특히 직접 참여한 작품의 노래를 부른다는 건 기쁜 일이고요.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작품에 어떻게 쓰일지 생각하면서 부르니까 훨씬 좋았어요. 음악을 통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가수로 활동했었으니까요. (웃음)”

박규리는 10년 간 인기그룹 카라의 리더로 맹활약했다. 아직 대중들에게 배우 박규리는 낯설다. ‘카라 박규리’라는 이름은 그가 스스로 벗어야 하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연기를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담감 보단 설렘이 커요. 그것이 두려웠다면 애초에 도전하지 못했겠죠. 언젠가 ‘카라 박규리’ 이미지가 조금 벗겨지고 ‘인간 박규리’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고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카라가 해체된 건 아니지만 올해는 연기 쪽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렇다보니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과 스크린에서 얻어지는 희열감도 확연히 다르다. 두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경험한 바 있는 박규리는 현재 ‘배우 박규리’로 진화 중이다.

“앨범이 나오고 무대에서 활동을 하면 콘셉트에 맞게 나를 바꾸잖아요. 영화에서도 캐릭터에 맞게 변화한다는 점이 유사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인간적은 나의 모습을 반영해 자신을 자유롭게 보여주는 점이 다르더라고요. 연기를 하다보면 ‘아직 나도 모르는 내가 있구나’를 내가 발견하니까 재밌어요.”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배우를 묻는 질문에 그는 배우 전도연을 꼽았다. 박규리에게 배우 전도연이라는 존재는 마치 교과서 같은 존재다. 그의 연기 하나, 하나가 박규리에게는 커다란 자양분이 됐다.

“어렸을 때부터 전도연 선배님 영화를 보며 자랐어요. 연기 공부할 때도 도움이 많아 됐어요. 많은 분들이 인정하는 배우인 만큼 누구나 닮고픈 배우인 것 같아요. 저도 그만큼 많은 경험과 연기를 하고 싶어요. 나이가 한 살씩 먹어갈수록 20대의 연기, 30대의 연기를 하며 나이에 맞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두개의 연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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