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소속팀 활약없이 차출 불가”원칙 속 고민
기성용(27·스완지시티), 손흥민(24·토트넘),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 석현준(25·FC포르투) 등 국가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 선수들이 시즌 막판 벤치를 지키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머리 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각국 리그의 2015∼2016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슈틸리케호’의 중심축을 이루는 유럽리거들이 불안한 팀내 입지 탓에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유럽파 중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27)과 홍정호(27) 정도다. 같은 팀 지동원(25)도 주로 교체 멤버로 뛰고 있다.
기성용은 2014∼2015시즌 팀 최다골(8골)이자, 아시아선수의 EPL 단일시즌 최다골을 기록하며 스완지시티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히는 등 팀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올 시즌은 180도 다른 모습이다. 시즌 초반 가벼운 뇌진탕 부상을 당한 뒤 회복기간을 거쳐 팀에 복귀했지만,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3경기 연속 결장했고, 스완지시티 팬들이 선정한 ‘여름에 팀을 떠나야 하는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EPL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손흥민도 팀 내 입지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경기 중반 이후 교체 멤버로 간간이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2선 공격라인의 팀 내 경쟁자인 델레 알리가 폭력사건에 휘말리면서 다시 찬스를 잡았지만, 이제 남아있는 경기는 고작 3게임뿐이다.
슈틸리케호는 6월 유럽에서 2차례 원정 평가전을 치른 뒤 9월부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돌입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는 경기력 유지가 쉽지 않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를 대표팀으로 부르기는 어렵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유럽파의 부진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