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의 습격…손 놓고 있는 한국스포츠

입력 2016-04-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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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를 동반한 황사가 극심해지면서 국내 스포츠계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황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진은 넥센 이정훈이 선글라스와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미세먼지를 동반한 황사가 극심해지면서 국내 스포츠계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황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진은 넥센 이정훈이 선글라스와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건강한 성인도 대기오염속에서 운동하는 것은 자살행위”

스포츠를 멍들게 하는 황사

선수 피로도 높아지고 경기력 악영향
태릉선수촌조차 황사 관련 규정 없어
질병 등 위험 심각…대응책 마련 시급


점점 심해지는 ‘봄의 불청객’ 황사와 ‘조용한 살인자’ 미세먼지가 한국 체육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은 물론이고 스포츠계 종사자와 팬들에게도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어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23일과 24일의 지난 주말 내내 전국은 짙은 황사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중국 북부나 몽골의 모래먼지가 대기를 타고 건너와 발생하는 황사는 십수 년 전부터 극심해졌다. 황사를 불청객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초미세먼지 탓이다.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는 혈액에 침투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의 산업화로 납, 니켈, 규소 등 중금속 농도가 급증해 과거보다 훨씬 위험해졌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는 대개 지름 1∼10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의 크기로,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막기가 쉽지 않다.


● 직접적 영향을 받는 선수들

2007년 4월 1일 극심한 황사로 인해 프로야구 시범경기 전체가 취소됐고, 이듬해 3월 17일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많은 폐활량을 요구하는 운동일수록 황사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프로축구단에서 주무를 경험한 한 직원은 “황사가 심한 날이면 선수들은 당연히 더 큰 피로도를 호소한다. 당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수 개인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사가 많을 때 경기를 하고 나면 선수들은 삼겹살을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는데, 미세먼지를 접한 뒤 삼겹살을 먹는 것은 오히려 의학적으로 몸에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황사를 대하는 우리의 문제인식 수준은 아직 한참 떨어지는 셈이다.




일반인도 황사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

마라톤 동호인이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등 야외활동 인구가 점점 많아지면서 체육활동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도 황사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황사가 심해지면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황사는 입장료가 구단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각 프로구단들에도 적잖은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연고를 둔 프로축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계산할 순 없지만, 황사 예보가 있으면 관중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마케팅 측면에서 황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대책 마련 서둘러야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기상청 등은 황사와 초미세먼지의 추이 등을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농도를 측정해 제공하고 있다. KBO리그는 2008년부터 황사 기준 농도를 정해 경기 취소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국내 타 종목에서 이런 규정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국체육의 요람’이라는 국가대표 훈련장 태릉선수촌도 혹한기와 혹서기에 대비한 규정은 마련해두고 있지만, 황사가 심할 때 실외훈련을 금지한다는 등의 제한 규정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특히 우후죽순처럼 늘어가고 있는 일반인 참가 마라톤대회 등도 황사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개최 여부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대기오염 속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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