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캡처] ‘연기돌’ 최민호-빅토리아, 열정 하나로는 부족하다

입력 2016-05-12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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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민호-에프엑스 빅토리아. 동아닷컴DB

바야흐로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범람 시대다.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돌이 출연하지 않는 작품을 찾기 어렵다. 엑소 씨엔블루 걸스데이 등 인기 아이돌 그룹만 봐도 멤버 각자의 필모에 출연작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연기돌’의 출발점은 대부분 이미지 캐스팅이다. 이전에 연기력을 입증 받은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지사. 하나의 역할을 두고 같은 그룹의 멤버 여러명이 우르르 오디션을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더 나아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돌임에도 오디션은커녕 제작진으로부터 작품을 ‘제안받기도’ 한다.

이렇게 캐스팅하다보니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연기력 논란이다. 샤이니 멤버 민호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 스페셜 ‘피아니스트’를 비롯해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아름다운 그대에게’ ‘메디컬 탑팀’ ‘처음이라서’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한 민호. 매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연기돌’이었지만 이번에는 영화 ‘계춘할망’을 통해 스크린까지 진출했다.


첫 영화 ‘계춘할망’에서 혜지(김고은)의 소꿉친구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한’을 소화한 민호. 극 중 비주얼도 훌륭했고 고등학생의 풋풋한 분위기도 꽤나 잘 살았다. 하지만 마치 샤이니의 컴백 티저 영상을 스크린에 펼쳐놓은 듯한 수준에서 그쳤다. 비중은 적었지만 어딘가 작위적인 설정과 경직된 연기는 순간순간 극의 몰입을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민호의 캐스팅을 반대했다”는 창감독은 민호의 연기력 대신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민호를 만나자마자 바로 생각을 바꿨다. 따뜻함을 느꼈다. 선입견을 가진 것에 대해 반성했다. 민호와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어지더라”며 “정말 괜찮은 친구다.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진지한 태도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로 처음 한국 스크린에 발걸음을 뗀 에프엑스 빅토리아는 더욱 심각하다. 심지어 그는 주연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의 속편인 영화 ‘엽기적인 그녀2’를 통해 전지현의 바톤을 이어받아 새로운 ‘그녀’를 연기했다.

전작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속편의 완성도도 문제였지만 빅토리아의 연기력은 설상가상이었다. 기초적으로 대사 자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 빅토리아에게 99%에 달하는 한국말 대사를 맡긴 것이 무리수였다. 차태현과 제작진이 현장에서 발음을 바로잡아 주고 후시녹음까지 도왔다지만 빅토리아의 대사 전달력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연기력 또한 ‘하드캐리’한 차태현과 배성우의 공이 컸지만 이들도 빅토리아와 물 흐르듯 주고받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조근식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빅토리아에게 한국말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가 ‘한국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거의 99% 한국말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서 해냈다”며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에 가서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응원 받아 마땅하다. 빅토리아가 안전하고 편한 길로 돌아가지 않고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도 “내가 더 요구했으면 빅토리아는 아마 더 한국사람처럼 완벽하게 구사했을 친구다. 하지만 내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이 정도면 됐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연출자의 대변을 보면 민호와 빅토리아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 그러나 연기는 열정 하나로 감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연기 성장기를 지켜봐주기엔 관객들의 돈과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비단 민호와 빅토리아에게만 해당하는 쓴소리가 아니다. 준비 안된 ‘연기돌’들이 허투루 소화한 그 역할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연기의 끈을 높지 않고 있는 신인 배우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리틀빅픽처스·콘텐츠 난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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