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서 쫓겨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국민 의견 수렴해 제창 금지한 것”

입력 2016-05-18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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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식서 쫓겨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국민 의견 수렴해 제창 금지한 것”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제의를 거부하고 기존 합창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들의 반발로 퇴장했다.

18일 박 처장은 광주 북구 운정동 5.18 민주묘지에서 오전 10시부터 거행되는 공식 행사가 시작하기 전 식장에 입장했다.

하지만 박 처장은 유가족 등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거센 항의를 하자 발길을 돌려 행사장을 떠났다. 국가보훈처장이 보훈처 주관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처장은 이날 행사장을 떠나기 전 “국가 유공자들로 구성된 보훈단체들의 반대로 제창을 허용할 수 없었다”며 “국민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이지 특정 개인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을 청와대가 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정권은 청와대와 보훈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 처장은 또 ‘(보훈처의 결정이) 통합을 위한 길인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께서 지난 금요일에 말씀을 해서 금, 토, 일 3일간 연휴를 반납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했는데 찬성도, 반대도 있기에 어느 한 쪽으로 결정하면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 번 말했지만 보훈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한다. 보훈단체들은 국가유공자들 단체고, 보훈처는 보훈단체 분들의 명예를 유지하고 예우하기 위한 부처다”라며 “그분들이 반대하는 노래를 보훈처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처장은 ‘유족들의 의견도 중요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당사자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기념식”이라며 “(유족들의 의사보단) 국민들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자리를 떠났다.

한편 5·18 행사위원회와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은 이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장본인인 국가보훈처장이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보훈처의 제창 불허로 인해 유가족과 희생자들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이 노래를 왜곡하고 국론분열을 운운하는 국가보훈처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오늘 열린 5·18 기념식이 파행을 빚은 것은 모두 정부의 탓”이라며 “5·18을 둘러싼 각종 왜곡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덧붙였고, 요구를 외면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임을 예고했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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