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의 배우 곽도원.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제69회 칸 국제영화제가 나홍진 감독과 그의 영화 ‘곡성’에 매혹됐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곡성’이 19일 오전 5시(한국시간·이하 동일기준)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개됐다. 영화제가 ‘곡성’에 쏟는 관심, 나홍진 감독에 대한 예우는 각별했다. 공식 상영의 뜨거움이 채 가시지 않은 이날 오후 5시 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주연 곽도원을 만났다. 칸은 이들에게 또 다른 ‘자극’을 주는 듯 보였다.
내 연기,내 수준을 뒤돌아보게 해
악명 높은 나 감독 난 되레 좋았다
- 곽도원
“칸에 오니 사명감이 생긴다.”
배우 곽도원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초청장을 받고 “꿈에서도 상상하지 않았던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흥분과 설렘이 교차했다.
곽도원은 칸에서 여섯 번째로 ‘곡성’을 봤다. 2294석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켜본 영화는 그에게 또 다른 감흥을 안겼다.
“감격했지만 아쉬움도 사라지지 않는다. 볼 때마다 부족한 면이 보인다. ‘곡성’은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영화다. 내 연기, 내 수준을 뒤돌아보게 한다. 지금 이곳, 칸에 오니 더하다.”
칸에서 곽도원은 새로운 고민까지 안은 것처럼 보였다.
“1년을 검토하고 6개월을 꽉 채워 촬영해 1년3개월 동안 후반작업을 거친 ‘곡성’에서도 나의 부족한 면이 보인다. 이제는 더 시나리오를 파고들어 악착같이 분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알려진 대로 곽도원은 ‘치열한 완벽주의자’ 나홍진 감독과 만나 매일 극한의 감정을 느끼며 영화를 완성했다. 단순히 ‘힘들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고생’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낸 끝에 이들은 함께 칸 국제영화제로 왔다.
“나홍진 감독이 워낙 악명이 높다보니 계속 사람을 고생시켰다고들 말한다. 나는 달랐다.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주 좋았다. 내가 독해서 그런가. 쓸데없이 고집 부리는 감독이라면 나쁜 사람이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곽도원에게 이번 칸 국제영화제가 각별한 또 다른 이유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자 ‘곡성’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소연과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공식 상영이 끝나고 극장의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수를 보낼 때 곽도원은 그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뒤를 돌아 장소연과 뜨겁게 포옹했다.
“영화제가 축제이긴 해도 비즈니스의 측면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을 고려해 함께 레드카펫을 밟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언제 함께 레드카펫을 밟겠나. 행복한 경험이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