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탄한 스토리와 살아있는 캐릭터, 스펙타클한 영상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는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연출 이병훈/ 극본 최완규/ 제작 ㈜김종학프로덕션) 11회에서는 문정왕후(김미숙 분)에게 윤원형(정준호 분)의 악행을 모두 고발한 옥녀(진세연 분)이 전옥서로 돌아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이 가운데 옥녀는 전옥서에서 중책을 맡으며 달라진 입지를 구축했고, 나아가 태원(고수 분)과 공모해 정난정(박주미 분)에게 복수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난정 상단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접촉한 이명우(정동규 분)가 전옥서 안에서 자살을 위장해 살해당하면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원형이 한 순간에 전옥서 죄수로 전락해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원형에게 크게 노한 문정왕후는 원형을 양반들이 주로 수감되는 한성부나 의금부 옥사가 아닌 전옥서에 하옥시킬 것을 명했다. 뿐만 아니라 전옥서에 수감된 동안 그 어떤 특혜를 주지 말고 일반 죄수와 똑같이 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원형은 공재명(이희도 분)과 그의 수하 작두(위양호 분) 등 왈패무리가 수감되어 있는 감방에 배정을 받았다.
비단 옷을 벗고 죄수복을 입는 순간부터 원형의 굴욕은 시작됐다. 원형은 천득(정은표 분)을 향해 “나보고 이런 잡범놈들과 함께 지내란 말이냐. 차라리 독방을 줘”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천득은 “매타작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시겠습니까? 야 거기 육모방망이 가져와 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원형은 단 1초도 지체 없이 감방으로 걸어 들어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곧 원형은 감방 안 험악한 왈패무리의 포스에 겁이 질려 창살을 붙잡고 “전옥서 주부를 불러달라”며 애원해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이어 감방 안에서는 서열정리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작두는 원형을 향해 “네가 누군데? 네가 얼마나 잘난 위인인지 어디 한 번 말해봐”라고 도발했고 이에 발끈한 원형은 “야 내가 누군지 몰라? 나!”라고 트레이드 마크인 ‘나 윤원형이야~’를 하려고 했지만, 창피함에 차마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대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재명이 나서 원형에게 “저기 찌그러져있어”라고 말했고, 원형은 말 그대로 감방 구석으로 걸어가 찌그러져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화룡점정은 점심시간이었다. 천하의 윤원형이 초라한 죽을 퍼먹을 처지에 놓인 것. 반면 공재명 무리는 기방 소소루에서 주문한 사식을 받아 더욱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그 와중에 원형은 화려한 소소루표 도시락을 보고 군침을 삼키고 왈패무리와 겸상까지 하는 등, 식욕 앞에 양반의 체면을 구겨 폭소를 자아냈다. 더욱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원형은 통성명을 하자는 재명을 향해 “이건 자네들만 알고 있게. 난 윤원형이라고 하네”라며 비장하게 신분을 밝히는 허당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이를 헛소리라고 여긴 재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원형에게 발길질을 했고, 끊임없이 “내가 정말 윤원형이야”라며 결백을 주장하는 원형의 비굴한 몸짓에 안방극장은 웃음 바다를 이뤘다.
이 가운데 연기자들의 맛깔난 코믹연기가 빛을 발했다. 정준호는 전옥서에 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세를 잃지 않는 모습, 감방에 100% 적응해 왈패무리와 함께 닭다리를 뜯는 찌질한 모습, 이어 감방 바닥을 뒹구는 굴욕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코믹 3종을 제대로 표현하며 정준호표 코믹 연기의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에 이희도-위양호 두 감초 연기자가 완벽한 어시스트를 하며 개그프로그램 뺨치는 역대급 코믹 명장면을 탄생시킨 것.
한편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으로, 사극 거장 이병훈-최완규 콤비의 2016년 사극 결정판. 다음 주 토(6월 11일) 밤 10시에 12회가 방송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옥중화’ 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