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간절함으로 무장한 ‘조성환 축구’

입력 2016-06-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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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성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조성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비 스타출신 감독 편견 깨기 위해 더 채찍질
끈끈한 팀 컬러 무장…8년만에 상암벌 승리



# 2014년 12월 제주 유나이티드가 박경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초짜’ 조성환 감독을 임명하자 많은 축구팬들은 의아해했다. 예상치 못한, 말 그대로 깜짝 인사였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1993년 제주의 전신인 유공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유공과 부천SK에서 9년을 뛴 뒤 마지막 시즌을 전북현대에서 보냈다. 전북 유스팀 초대 감독과 수석코치를 거쳐 2013년부터 제주 2군 감독을 지냈다.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은 사실은 부각되지 않았다. 단지 스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뒤따랐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팀의 지휘봉을 잡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 6일 FC서울과의 원정경기가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제주는 선제골을 기록하고도 내리 3실점해 1-3으로 뒤졌다.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운 듯했다. 그러나 ‘꼭 한 번 이겨보자’는 마음가짐이 드라마 같은 승리로 연결됐다. 제주는 후반 22분부터 12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며 4-3으로 역전승했다. 2008년 5월 이후 8년여 만에 상암벌에서 챙긴 승리라 의미는 더 남달랐다. 이날의 극적인 승리에 앞서 제주가 상암벌에서 거둔 성적은 2무9패에 불과했다.

조 감독은 서울전에 대해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승리”라며 “간절함이 우리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밝혔다. 상암벌에서 서울을 상대로 꼭 한 번 이겨보겠다는 간절함이 승리를 낳았다는 말이다.

스타 출신이 아닌 조 감독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팀을 6위로 이끌었고, 올해는 12라운드까지 4위를 달리며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제주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훈련 때 땀을 흘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은 이렇다할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제주가 끈끈한 팀 컬러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 감독은 잘 알려진 대로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 감독과 ‘절친’이다. 1970년생 개띠 동갑내기인 세 사람은 ‘견우회(犬友會)’라는 친목모임을 함께할 정도로 가깝다. 형제보다 더 우애가 깊다는 말을 듣는다. 지난해 나란히 클래식 사령탑으로 데뷔한 세 사람은 ‘개띠 3총사’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두 친구의 몫이었다. 선수 시절 명성에서 김 감독이나 노 감독에게 미치지 못한 탓이었다. 조 감독은 “나도 묵묵히, 열심히 뛰었다는 자부심은 갖고 있지만, 친구들이 나보다 더 유능하고 잘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지도자로서 친구들을 넘고 싶은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살짝 핵심을 비켜갔지만, 속마음까지 숨기진 않았다. “클래식 사령탑을 맡고 계신 감독님들은 모두 현역 시절부터 다 쟁쟁하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과 싸워 이겨보겠다는 욕심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조 감독의 축구에선 간절함이 느껴진다. 서울전 승리는 그의 간절함이 빚어낸 값진 열매다. 스타 출신 감독이 아니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고, ‘피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또 다른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아직 그의 축구는 미완성이다. 그러나 충분히 매력이 있다. 그에게 축구는 간절함이니까.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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