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EDM 유혹…15만명 “소리질러!”

입력 2016-06-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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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회째를 맞은 ‘울트라 코리아 2016’에 약 15만 명이 다녀가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국내 EDM 시장의 현주소를 엿보게 했다. 사진은 둘째 날 메인 스테이지에 오른 악스웰·인그로소 듀오. 사진제공|울트라코리아

■ ‘울트라 코리아 2016’ 올핸 더 뜨거웠다

좌우 200m의 화려한 무대
20∼30대들 자정까지 열광
“탁 트인 곳서 클럽문화 황홀”


10일 오후 8시25분, 서울 잠실동 올림픽주경기장에 마련된 울트라 메인스테이지. 네덜란드 출신의 정상급 DJ 아프로잭이 자신의 히트곡 ‘텐 피트 톨’로 디제잉을 시작하자 3만여 관객은 환호성과 함께 방방 뛰기 시작했다.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비트와 자극적인 전자음에 맞춰 소리 지르며 춤추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테이크 오버 컨트롤’ ‘캔트 스톱 미’ ‘헤이 마마’ 등이 이어지면서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마틴 개릭스가 무대에 오르자 축제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포이즌’으로 디제잉을 시작한 개릭스는 “이제 파티를 시작한다. 소리 질러”라고 외치며 더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강렬한 비트에 자극적인 전자음, 화려한 레이저쇼에 EDM(전자댄스음악) 팬들은 신이 난 아이처럼 몸을 흔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춤을 추던 여성들은 순간을 잊지 않으려는 듯 스마트폰 카메라로 연신 ‘셀카’를 찍어대기 바빴다. 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해 4개의 스테이지가 마련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그렇게 거대한 클럽으로 변했다.


● “모두가, 나를 드러낸다”

10일부터 사흘간 펼쳐진 EDM 페스티벌 ‘울트라코리아 2016’(울트라코리아)은 그야말로 ‘젊음’과 ‘자유’의 축제였다.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진 축제에 젊은 남녀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모여들었다. 핫팬츠와 민소매, 스냅백과 선글라스는 기본 아이템. 국기를 두른 사람들, 파마 가발 등 독특한 소품을 갖춘 이들도 눈에 띄었다. 똑같은 옷을 맞춰 입은 무리들, 슈퍼맨부터 예수까지 분야를 초월한 코스튬 플레이어도 눈에 띄었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는 듯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승현(남·28)씨는 “모두가 ‘즐기자’는 마음으로 온 사람들이기에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울트라 코리아’는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열리는 글로벌 EDM축제의 한국 무대. 작년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에도 이틀간 약 11만명이 몰렸다. 올해는 하루를 늘렸고, 약 15만명이 축제를 즐겼다. 출연자들 역시 아비치, 악스웰·인그로소 등 103개팀이 참가했다. 좌우 200m에 가까운 웅장한 무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LED 장치와 초고화질 전광판 등 화려한 시각효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 경계 없는 젊음의 정체성 찾기

EDM은 전 세계를 강타하는 뜨거운 음악장르인 만큼 ‘울트라 코리아’를 찾은 외국인도 많았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군중 속에서 들려왔다. 한켠에서는 ‘음식축제’가 펼쳐지는 듯 일본, 태국 등 해외 여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마당도 열렸다. 일본인 마츠오카 타케시(남·32)씨는 “친구들과 2박3일 일정으로 왔다. 한국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새로운 문화를 느꼈다. 한국 젊은이들이 이 정도로 열정적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EDM은 ‘온몸으로 느끼는 음악이다. 테크노, 하우스, 트랜스, 덥스텝, 트랩 등 ‘춤을 추기 위한 전자음악’인 EDM은 가사가 없어도 오감을 자극시켜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클럽음악’이란 점에서 향락적이라고 치부되기도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거센 물결이다.

김진규(남·26)씨는 “평소 클럽문화를 즐긴다. 탁 트인 곳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EDM 축제를 만끽하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국적 불문하고 젊음과 열정으로 하나가 되는 느낌은 색다르다”고 예찬했다.

EDM 전문레이블 뉴타입이엔티 박세진 대표는 “EDM의 확산은 젊은층의 자기중심적인 문화소비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면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즐거움을 찾는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 EDM은 온몸으로 즐기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쉽게 다가간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는 “젊은층은 EDM을 즐기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다”고 진단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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