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메이저리그 주름잡는 ‘올드보이 5총사’

입력 2016-06-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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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바톨로 콜론.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현역 최고령 콜론, 5승3패 노련미 과시
마흔 셋 이치로는 3000안타까지 -27
오르티스·벨트란·벨트레도 노장투혼

2003년 5월12일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은 중대 발표를 했다. 16승22패의 초라한 출발을 보인 책임을 물어 제프 토버그 감독을 해임하고 잭 매키언을 신임 감독으로 영입한다는 내용이었다. 1930년생인 매키언 감독의 당시 나이는 무려 73세. 팀 재건의 임무를 부여 받은 매키언 감독은 나머지 124경기에서 75승49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둬 말린스를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연출했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탄 말린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카고 컵스를 제압한 후 월드시리즈에서 4승2패로 뉴욕 양키스마저 꺾고 팀 역사상 두 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규시즌 162경기의 장기 레이스가 펼쳐지는 메이저리그에서 70대 노장 감독이 침몰 일보직전의 팀을 맡아 우승까지 이끌었던 장면은 지금도 많은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매키언 감독은 은퇴 후 6년 만인 2011년에 또 다시 말린스 감독을 맡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80대 감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2016메이저리그에서도 ‘올드보이’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다. 매키언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시키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의 투혼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바르톨로 콜론(1973년생)

현역 최고령 선수 콜론(43)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건 1997년. 시속 100마일(161km)의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는 노아 신더가드의 당시 나이는 만으로 4세에 불과했다. 신더가드를 위시해 맷 하비, 제이크 디그롬, 스티브 매츠로 이어지는 메츠 선발진이 거둔 통산 승수는 81승. 콜론이 따낸 223승의 36%에 불과하다.

올 시즌 콜론은 12일 현재(한국시간) 5승3패(방어율 3.08)로 순항하고 있다. 21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던 2005년에는 신더가드처럼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던 투수였지만 현재는 140km대 초반의 투심패스트볼과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5선발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5월8일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원정경기에서 2회초 제임스 실즈로부터 2점홈런을 뽑아냈다. 43번째 생일을 3주 앞두고 친 생애 첫 홈런이었다. 콜론이 세운 역대 최고령 첫 번째 홈런은 조 디마지오의 56연속경기안타만큼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마이애미 말린스 스즈키 이치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스즈키 이치로(1973년생)

지난 시즌 이치로(43)는 생애 최악인 0.229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다. 4년 연속 타율이 2할대에 그치자 “메이저리그 3000안타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올 시즌 타율 0.330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곧추 세우고 있다. 50경기 115타수에서 친 안타는 38개. 이제 27개만 더하면 대망의 3000안타 고지에 등정하는 30번째 선수가 된다. 3000안타 돌파는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는 ‘프리 패스’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3000안타 클럽 멤버 29명 중 25명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편 도루 부문에서도 이치로는 현역선수 최다인 504개로 폴 몰리터(현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와 함께 공동 37위에 올라 있다. 평소 자신의 등번호(51)만큼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이치로의 희망은 결코 꿈만이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빗 오르티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데이비드 오르티스(1975년생)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오르티스(41)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2002년 0.272, 20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1997년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방출 통보였다. 당시 연봉조정 자격 2년차였지만 미네소타는 몸값이 부담스럽다며 제대로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FA로 풀리자마자 손을 내민 구단은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2003년 시즌 오르티스의 연봉은 125만달러에 불과했다. 레드삭스로 이적한 오르티스는 말 그래도 복덩어리였다. 86년 묶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며 2004년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7년과 2013년에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오르티스는 아메리칸리그 타점(55) 1위, 장타율(0.722) 1위, OPS(1.150) 1위, 타율(0.346) 2위, 홈런(16) 4위에 오르는 등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11월이면 41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오르티스가 4번째 우승 반지를 품에 넣을지 궁금하다.

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벨트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카를로스 벨트란(1977년생)


뉴욕 양키스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벨트란(39)은 6월 들어 0.389, 4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5월말까지 0.265이던 타율을 0.286까지 끌어 올린 벨트란은 아메리칸리그 홈런(16) 4위, 타점(44)과 장타율(0.561)에서 각각 6위에 올라 있다. 13개만 더하면 통산 1500타점 고지에 오르게 된다.

텍사스 레인저스 아드리안 벨트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드리안 벨트레(1979년생)

프린스 필더가 최악의 난조를 보이고 있고, 추신수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6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팀 내 최고령 선수 벨트레(37)의 분전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지만 벨트레는 팀 내 홈런(10)과 타점(40) 부문에서 공동 1위다. 2011년 6년 9600만 달러의 조건에 둥지를 옮긴 그는 최근 2년 연장계약에 합의해 2018년까지 텍사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구단의 염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백전노장 벨트레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구단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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