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수리가 떠나는 대신 황새가 새로 둥지를 튼다!’ FC서울의 ‘독수리’ 최용수 감독(왼쪽)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팀을 옮기고, 그 뒤를 이어 ‘황새’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스포츠동아DB
후임 황 감독, 29일 성남전부터 지휘봉
그야말로 깜짝 발표다. FC서울 최용수(43) 감독이 중국으로 떠난다. 그 대신 황선홍(48)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서울은 21일 황선홍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최용수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1부리그) 장쑤 쑤닝으로 옮긴다.
올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위를 달리고,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는 등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서울이 ‘2016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22일·안산무궁화)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것은 최 감독의 이적에서 비롯됐다. 구단은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도전을 꿈꿔왔던 최 감독의 의견을 존중해 곧바로 후임 감독 인선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년 12월까지 2년 6개월이다.
장쑤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최 감독에게 끈질긴 구애를 펼쳤다. 지난해 7월 계약을 눈앞에 두기도 했으나, 사인 직전 최 감독이 서울 잔류를 결정하면서 무산됐다. 유능한 한국 지도자를 찾던 장쑤는 최근 전북현대 최강희(57) 감독에게 눈길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 최초 접촉 후 1년 만에 막대한 ‘황사머니’를 앞세워 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 장쑤 사령탑이 공석이 되면서 최 감독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낸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현실이 됐다. 장쑤는 올해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선 탈락했지만, 슈퍼리그에선 3위(8승5무1패·승점 29)로 3위에 올라있다. 1위 광저우 에버그란데에는 승점 4점 뒤져있다.
2011년 감독대행으로 서울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된 이듬해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3년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AFC 선정 ‘올해의 감독상’도 받았다. 지난해에는 FA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 감독은 22일 안산과의 FA컵 16강전에서 마지막으로 서울을 지휘하며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황 감독은 선수시절 최 감독과 함께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했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포항 사령탑을 지냈다. 포항 감독 시절 2차례의 FA컵 우승(2012·2013년)과 리그 우승(2013년)을 일궜다. 국내에서 K리그와 FA컵을 같은 해에 동반 제패한 것은 황 감독이 이끈 2013년 포항이 유일하다.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관전하고 있는 황 감독은 곧바로 귀국해 29일 성남FC와의 클래식 17라운드 홈경기부터 팀을 지휘한다.
중국은 거대자본을 앞세워 수년간 K리그의 스타선수들을 대거 데려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한국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 등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공격적 영입도 지속하고 있다. 클래식 2위 팀의 감독이 시즌 도중 중국행을 결정한 것은 K리그를 위협하고 있는 황사머니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