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빅뱅 메이드’, 빅뱅이 ‘청춘’을 기록하는 방법

입력 2016-06-29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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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DA:다] ‘빅뱅 메이드’, 빅뱅이 ‘청춘’을 기록하는 방법

아이돌의 팬 활동을 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유치하고 할 일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은 그 시대의 문화를 상징하며 그들에게 열광하는 건 시대를 느끼는 가장 본능적인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서태지와 H.O.T.가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의 중심을 관통하는 소재가 된 것만 봐도 이들이 그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이었음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그룹 빅뱅의 리얼리티 영화 ‘빅뱅 메이드’는 현시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 자신들의 ‘청춘’을 기록하기 위해 선택한 영리한 방법이었다. 작품을 관람할 팬 V.I.P.는 먼 훗날 자신들의 ‘청춘’으로 기억될 그룹 빅뱅의 민낯을 볼 수 있다. 물론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는 영화를 선택하는 게 망설여 질 수 있겠다. 그럼에도 시대의 청춘을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빅뱅 메이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유명한 사람이 돼 본 적이 없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짐작할 수 없지만 유명인들도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 추억, 모습 정도는 있지 않을까? 유명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중에 내 자녀에게 ‘메이드’ 투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는 멤버 승리의 말처럼 ‘빅뱅 메이드’는 365일 중 340일을 월드투어에 할애한 빅뱅의 젊은 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팬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라고 하기에는 영화의 구성이 제법 탄탄하다. 빅뱅의 두 번째 월드 투어 콘서트 ‘메이드’를 소화하면서 생긴 여러 에피소드와 이를 통해 느낀 희로애락의 감정을 멤버들의 인터뷰, 콘서트 장면, 무대 뒤 상황을 드라마틱하고 예능적인 구성으로 풀어냈다.

우선 “이 영화를 통해 월드스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멤버 태양의 말은 기우일 거 같다. 오히려 영화는 팬들조차 처음 보는 빅뱅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수위를 넘나드는 행동들이 ‘참 보통의 20대 남자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대기실에서 찰진 욕을 서슴지 않고 하는 최승현(TOP)부터 엄마에게 문신한 걸 들키지 않으려고 엄마를 피해 다니는 권지용(지드래곤),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해야 하는 동영배(태양), 사다리타기 게임에 하룻밤 운명을 건 강대성(대성) 그리고 기센 형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꿋꿋한 이승현(승리)까지 “그 나이대보다 정신연령이 어린 친구들”이라는 리더 지드래곤의 말이 공감되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 능수능란한 모습 뒤에 숨겨진 노력, 예민함 그리고 소속사와의 재계약, 입대 문제 등과 관련된 멤버들의 속내를 통해선 빅뱅이 어떻게, 왜 10년 동안 유지되고 성장하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의 기술적인 면에서는 콘서트 현장에 온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2D 버전과 함께 선보이는 스크린X 버전이 ‘빅뱅 메이드’만의 차별점이다. 스크린X는 CJ CGV와 카이스트가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에 성공한 다면상영시스템이다. 정면과 좌우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북중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13개국 32개 도시에서 약 150만여 명을 동원한 공연을 눈과 귀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이 영화를 보는 데 팬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시대 청춘들의 에너지가 담긴 영화 ‘빅뱅 메이드’는 6월 30일 전국 CGV에서 단독 개봉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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