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혜수, 30년차 여배우로 사는 법

입력 2016-06-30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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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 영화 ‘깜보’로 데뷔를 했어요. 광고 촬영을 하다가 우연히 감독님 눈에 띄어서 영화를 찍게 됐죠. 그때 연기를 안 했으면 평범하게 살지 않았을까요. 그냥 학교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했겠죠. 아이도 낳고 남편도 내조하는 적당히 복스럽게 통통한 아줌마였을 것 같아요.”

배우 김혜수는 지난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혜수는 영화 ‘차이나타운’, tvN ‘시그널’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맹활약했다. 한 가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가 선택한 작품은 바로 코미디 ‘굿바이 싱글’이다.

영화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독거 싱글 고주연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는 이번 ‘굿바이 싱글’에서 실제 임신을 방불케 하는 연기를 위해 특수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20년 차 톱스타를 연기하는 30년 차 톱스타의 심정은 어땠을까.

“고주연이라는 캐릭터는 코미디에 맞게 최적화된 인물이죠. 그렇다고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코미디를 의식하면서 찍진 않았어요. 단지 장치적인 인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서 진심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여자가 사고를 치고,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함께 지내면서 천천히 변하고 성숙한다는 예측 가능한 줄거리지만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는 기획부터 크랭크업까지 코미디 장르로는 긴 7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을 통해 첫 장편영화 데뷔를 맞은 김태곤 감독과 제작 초기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품에 참여했다.

“시나리오 받은 건 한 3년 됐어요. 감독님이 꾸준히 시나리오 각색과 수정을 했죠. 요즘 영화가 하겠다고 결정해도 바로 제작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감독님과 초반에는 많은 의견들을 나누면서 방향성을 잡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고주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빼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대화했죠.”


극중 고주연의 스타일리스트로 출연한 마동석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그간 거칠고 강한 역할을 맡은 마동석은 깨알 같은 유머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맡으며 현장 분위기를 살렸다.

“동석 씨는 제가 아니라 누구와 같이 해도 좋겠죠. 지금까지 주로 강한 남성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 역이 동석 씨와 실제로 부합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에서 선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웃기는 장면이 좋았어요. 기본적으로 영화 분위기가 유쾌한데 도가 지나치면 전하고자하는 본질이 퇴색될 수 있으니까요.”

코미디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애드리브다. 시나리오 중심으로 연기하는 걸 선호하는 김혜수이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예외였다.

“원래 애드리브를 잘 못하고 텍스트 있는 대로 소화해요. 근데 캐릭터 구축이 잘 되면 애드리브도 잘 되는 것 같아요. 동석 씨가 특히 애드리브를 잘해요. (웃음) 웃기려는 의도가 아닌데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얘기를 하니까 그게 웃기더라고요.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현실에서 나올법한 말을 하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공감도 되고 웃음도 나는 것 같아요.”

‘굿바이 싱글’에 앞서 방송된 드라마 ‘시그널’은 김혜수에게 뜨거운 인기만큼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극중 과거와의 시차를 표현하기 위해 현재 캐릭터와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한창 ‘굿바이 싱글’ 촬영 중에 ‘시그널’ 시나리오를 봤어요. 처음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드라마라서 깜짝 놀랐어요.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의 시차 폭이 꽤 되는 작품이었어요. 친구나 후배들이 보내준 기사 링크를 보면 꼭 ‘어떤 연기를 했고 세월을 연기했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세월의 폭이 큰 연기를 해서 그런지 나이 이야기가 꼭 나와요. 그럴 때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체감하게 되죠.”


지금까지 김혜수가 찍은 영화는 영진위 기준 총 30편에 이른다. 지난 4월 크랭크업한 ‘소중한 여인’을 제외한다면 지난 30년 동안 1년에 한 편씩 작업에 참여한 셈이다.

“30년 중에서 가장 떠오르는 건 영화 ‘깜보’죠. 왜냐면 그걸로 연기를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어떤 작품은 싹 감춰버리고 싶은 작품도 있어요. 근데 그거는 제가 그 정도밖에 안됐으니까 부정할 순 없겠죠. 예전에는 대표작이 없는 배우라는 말을 들었는데 대표작이 없으면 안 되나요. 지금까지 참여한 모든 작품들이 내게는 다 특별하거든요.”

김혜수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자신 있게 ‘NO’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주 어릴 때 장희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죠. 이미숙 선배가 나온 장희빈을 봤는데 그 시리즈가 역대 최고였거든요. 그걸 보고 자란 세대니까 배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장희빈을 하고 싶었나 봐요. 결국 장희빈 역을 맡았고 100회 완주를 했죠. 그 이후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딱히 정한 건 없어요. 선역이든 악역이든 매력 있는 캐릭터라면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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