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캡처] ‘부산행’ 심은경, 좀비 세계로 이끈 ‘미친 연기력’

입력 2016-07-15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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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수만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서울역. 누군가는 여행길에 오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또 다른 이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 찌뿌듯한 몸을 이끌며 KTX에 몸을 싣는다. 부산행 KTX에 올라탄 석우(공유)와 수안(수안) 부녀, 상화(마동석)와 성경(정유미) 부부 그리고 친구 사이인 진희(안소희)와 영국(최우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오늘, 어느 누구도 이날의 비극을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 연출/배급 NEW)은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린 재난 영화다.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모든 비극은 서울역에서 시작된다. 좀비 군단이 처음 등장하는 곳도 서울역이다.

그리고 이 시발점에 의문의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역무원의 눈을 피해 문제의 KTX에 탑승한다. 잔뜩 겁에 질린 소녀는 “잘못했어요”라며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해 읊조린다. 좀비에게 물린 다리를 스타킹으로 묶어보지만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역부족이다. 뒤늦게 승무원 민지(우도임)가 도우러 다가가지만 이미 소녀가 좀비로 변이한 직후. 소녀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는 승무원으로 옮고 이후 탑승객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간다.

이때 소녀의 얼굴이 공개된다. 짧은 등장임에도 시선을 압도하는 이 배우의 정체는 바로 심은경이다. 자칫 못 알아볼 수도 있을 만큼 리얼한 좀비 특수 분장이 심은경의 얼굴을 뒤덮어 눈길을 끈다. 심은경은 좀비의 첫 타자(?)로 나선 만큼 관객에게 향후 떼로 등장할 ‘부산행’ 속 좀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검은 눈동자가 사라진 희멀건 눈과 짐승 같은 음성 그리고 사람을 잔인하게 물어뜯는 좀비의 공격성을 찰나에 보여준다. 보는 이들을 한번에 좀비의 세계로 확 끌어당기는 몰입도가 상당하다. 또한 경련을 일으키며 좁은 기차 칸에 이리저리 부딪히는 장면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심은경의 분량은 약 2회 차에 걸쳐 친행됐다. 그는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수차례 사전 연습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주조연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 본인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행’에서 미친 연기력을 뽐낸 심은경은 하반기 더욱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그는 독립영화 ‘걷기왕’을 비롯해 영화 ‘서울역’ ‘조작된 도시’ ‘궁합’ 그리고 내년 ‘특별시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웹무비 ‘벅스 어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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