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경쟁팀’ SK-KIA 트레이드의 배경은?

입력 2016-08-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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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고효준-SK 임준혁(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트레이드 마감일, 4위 자리를 다투는 두 팀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기대치가 떨어진 선수들을 맞교환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좋은 트레이드’였다. SK와 KIA가 모두 웃을 수 있을까.

KBO리그의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31일, SK와 KIA는 문학에서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오전에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왼손투수 고효준(33)과 우완투수 임준혁(32)의 맞트레이드였다. 3연전의 앞선 2경기를 통해 4위 SK와 5위 KIA는 0.5경기차로 좁혀진 상황. ‘가을야구 경쟁팀’인 두 팀이지만, 트레이드로 손을 맞잡았다.

두 팀은 이번 3연전에서 운영팀장간의 대화를 통해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현장의 요구가 적극 반영된 결과다. KIA는 부족한 왼손투수를 보충했고, SK는 얇아진 선발자원을 보강했다. 고효준과 임준혁 모두 올 시즌 활약이 미미했기에 새 팀에서 새로운 각오로 재도약을 꾀하게 됐다.

SK, 내놨던 고효준 카드로 선발 임준혁 얻기까지

SK는 고효준 트레이드를 최근 들어 추진해왔다. 선수 본인도 트레이드를 원했고, SK에서도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고효준에 대해 미련이 없었다. 몇몇 팀과 카드를 맞춰봤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무산되나 싶었지만, KIA와 극적으로 합의했다.

더군다나 SK는 그토록 원하는 선발 자원을 얻었다. 최근 에이스 김광현의 부상 이탈과 불펜으로 뛰다 국내에서 선발로 전환한 대체 외국인투수 브라울리오 라라의 몸 상태 탓에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체 선발들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KIA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임준혁은 매력 있는 카드였다. 게다가 임준혁은 동산고 출신으로 ‘인천 토박이’다. 포수로 2003년 KIA에 2차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지명돼 투수로 전향했다.

임준혁은 올 시즌 KIA의 5선발로 주목을 받았으나,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6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2패·방어율 10.00의 부진. 지난해 9승(6패2홀드·방어율 4.10)을 올리며 데뷔 12년 만에 빛을 보나 싶었지만, 올해는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군에서는 5경기서 3승·방어율 3.08을 기록했다.

임준혁은 곧바로 SK의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SK 김용희 감독도 이날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등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었기에 등판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SK는 다음주 삼성 3연전에 당장 선발투수가 1명 필요하다.

KIA, 기대치 밑돈 임준혁 대신 유망주들과 왼손투수 선택

KIA는 선발투수 1명을 포기하면서 왼손투수를 선택했다. 고효준은 140㎞대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해결하지 못해왔다. 올 시즌엔 5경기에 구원등판해 승패 없이 방어율 11.17을 기록했다. 2군에서는 24경기서 중간계투로만 나와 3승1패4홀드·방어율 3.79를 기록했다.

KIA는 고효준에게 왼손투수로서 높은 활용도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하고, 현재 KIA에 부족한 롱릴리프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선수다. 군입대 이전 김성근 감독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SK 마운드의 한 축으로 뛴 전력이 있다. 2009년 11승10패 2세이브1홀드(방어율 4.33)를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이듬해 8승6패 2세이브 1홀드·방어율 5.15, 2011년 5승8패·방어율 4.26을 기록하고 군복무를 했다.

팀에 젊은 선발자원이 많기에 과감히 임준혁을 포기할 수 있었다. 당장이 아니라, 미래까지 내다봤을 때 유망주들을 키우고 활용도 높은 왼손투수를 데려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또한 KIA 김기태 감독은 고효준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설명했다.

고효준은 2002년 롯데에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받았으나, 한 시즌 만에 방출돼 테스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SK에선 김기태 감독과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이날 반대편 덕아웃에서 짐을 챙겨 곧바로 고효준이 인사를 오자 “감독 스타일 잘 알지?”라며 서로 활짝 웃었다. 고효준은 일단 다음주 등판을 통해 향후 활용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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