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저니맨에서 사이영상 후보로, JA 햅의 재발견

입력 2016-08-07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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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후반기 대역전극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거머쥐었던 흐름이 또 다시 재현될 분위기다. 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막강 화력을 앞세웠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해는 탄탄한 선발진이 돌풍의 핵이 되고 있다. 방어율 부문을 보면 애런 산체스(2.71)가 1위, 마르코 에스트라다(2.92)가 3위, JA 햅(3.09)이 7위에 포진했다. 특히 10월이면 34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햅의 분전은 눈부시다. 햅은 6월7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시즌 3번째 패배를 당한 후 거침없는 9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선발로 나선 최근 10경기에서 토론토는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 200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데뷔한 이후 5번이나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던 전형적인 ‘저니맨’ 햅이 올 시즌에는 아메리칸리그의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 트레이드 단골 멤버

햅이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것은 2009년. 당시 필라델피아의 5선발이던 박찬호가 부진을 보이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된 햅은 12승4패에 방어율 2.93의 뛰어난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 소속으로 타율 0.321, 9홈런, 47타점을 기록한 크리스 코글란에게 간발의 차(105-98)로 뒤져 신인왕을 넘겨줬다.

좌완 신예 강속구투수라는 강점을 지닌 햅은 이듬해부터 특급 선수 트레이드의 상대 선수로 자주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0년 7월30일,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해 선발 보강을 노린 필라델피아는 로이 오스월트를 영입하기 위해 햅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구단 역사상 최다패 기록을 경신하던 휴스턴에서의 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 2011년 생애 최악인 6승15패(방어율 5.35)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18경기에서 7승9패(방어율 4.83)로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자 7월21일 3대7 트레이드의 핵심 멤버로 토론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4년 30경기(26선발)에서 11승(11패)을 따내며 개인통산 3번째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햅은 그해 12월 시애틀 매리너스로 둥지를 또 다시 옮겨야 했다. 외야수 마이클 선더스와 맞트레이드였다.

지난해 강정호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선발진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 마감시한 날에 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시애틀에서 4승6패(방어율 4.64)를 기록한 햅은 트레이드 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11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7승2패, 방어율 1.72의 뛰어난 성적을 올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앞장섰다. 시즌을 마친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햅은 3년 3600만 달러의 조건에 다시 토론토로 복귀했다.


● 시간을 거스르는 사나이

토론토는 초특급 대우로 디비전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데이비드 프라이스(30)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햅을 영입했다. 사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을 보면 대성공이다. 7일 현재(한국시간) 프라이스는 9승7패(방어율 4.30)를 기록 중이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그의 연봉이 3000만 달러를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30세 전후에 구속이 크게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30세인 프라이스는 지난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94.2마일(151.6㎞)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92.9마일(149.5㎞)로 감소했다. 사이영상 수상자로 6일 선발 맞대결을 펼친 LA 에인절스의 팀 린스컴(32)과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30)도 구속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스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앞세워 2008년과 20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2연패했던 린스컴은 전성기와 비교해 약 10㎞나 구속이 떨어졌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87.7마일(141.1km)에 불과하다. 에르난데스도 2008년과 비교해 약 7㎞ 정도 직구 구속이 줄었다. 한때 95마일(153㎞)을 상회하던 에르난데스의 직구 평균 구속은 이제 90.3마일(145㎞)로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다.

반면 햅은 2011년까지 직구 평균 구속이 145㎞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30세가 된 2014년부터 오히려 92마일(148㎞)을 넘기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도 147㎞ 이상을 꾸준히 찍어 8년 전보다 오히려 4㎞나 더 나오고 있다. 직구뿐만 아니라 결정구로 사용하는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도 데뷔 이후 가장 빠른 85.1마일(136.9㎞)이나 된다.

제구의 안정도 햅을 특급 투수로 변모시켰다. 2011년 9이닝당 볼넷 허용이 4.78개나 되는 등 햅의 제구력은 늘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맞혀 잡는 스타일로 변신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3년 연속 9이닝당 3개 이하의 볼넷을 내주고 있다. 7일까지 팀홈런 159개로 전체 1위 볼티모어를 4개차로 추격하고 있는 토론토의 화끈한 타선도 햅의 생애 첫 다승왕 도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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