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첫 금 안긴 ‘사격 한류’

입력 2016-08-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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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호안 쑤안 빈(오른쪽)이 7일(한국시간)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정상에 오른 뒤 자신을 지도해온 박충건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박충건 감독, 지난해부터 베트남 대표팀 맡아
호앙 쑤안 빈 10m 공기권총 금메달 일등공신


한국군이 최초로 해외에 파병돼 치른 전쟁은 베트남전(1960∼1975년)이었다. 미국의 요청으로 1964년 의료진과 수송부대가 먼저 참전했고, 이후 전투부대가 합류했다. 그런 아픔을 겪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은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뒤 새로운 역사를 합작했다.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다.

‘사격황제’ 진종오(37·kt)를 물리치고 7일(한국시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정상에 오른 선수는 호앙 쑤안 빈(42·베트남)이다. 현역 대령 신분인 그는 결선에서 202.5점을 쏴 202.1점의 펠리페 알메이다(브라질)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베트남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런데 호앙 쑤안 빈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놀랍게도 ‘한국’이었다. 자신의 스승이자, 지난해부터 베트남사격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충건(50)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말 행복하다. 나 자신도 놀랐다. 한국은 고마운 친구다. 한국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스포츠동아 사격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박 감독과 베트남의 인연은 비교적 오래 됐다. 10년 전부터 베트남의 지인들을 도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베트남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박 감독은 꾸준히 세계 정상권을 유지해온 한국사격에 대한 베트남 내 인식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물론 한국에서의 도움도 있었다. 세계선수권을 비롯한 국제대회를 준비할 때면 제자들을 데리고 종종 한국을 찾는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과 부족한 훈련비 등 어려움이 많지만, 많은 한국사격인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다. 리우에 입성하기 전에도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사격강국’에서 꾸준히 보고 느끼고 배우다보니 베트남사수들의 실력도 차츰 향상됐다. 그 중에서도 호앙 쑤안 빈은 적지 않은 나이에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렸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낙천적 성향으로 인해 승부욕은 뒤지지만, 언제나 침착하고 여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결선 마지막 20번째 발을 쏠 때는 그보다 박 감독이 더 떨었다. “큰 시합을 나갈 때 부담을 갖지 않더라. 올 전반기에도 주요 월드컵에서 결선에 오르면 메달을 땄다. 3위를 2차례 하더니 리우에서 큰 사고를 쳤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최근 정부 차원의 관심이 크지만, 국제 규격에 맞는 사격장을 갖추지 못했다. 선수층도 얇고 포상제도 또한 없다. 그나마 한국기업 중 한 곳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스폰서를 맡아주지 않았다면 많이 초라할 뻔했다. 박 감독은 “한국사격이 잘 돼야 우리도 더 잘할 수 있다. 베트남사격을 많이 격려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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