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비운의 복서 아냐!’ 함상명의 당당한 리우올림픽

입력 2016-08-11 2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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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남자복싱대표 함상명. 스포츠동아DB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유일하게 출격한 태극복서 함상명(21·용인대)의 당찬 도전은 계속된다.

함상명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로 6관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56kg급 32강에서 빅토르 로드리게스(21·베네수엘라)에 2-1 판정승했다. 16강전은 14일 펼쳐진다.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3분·3회전 방식으로 진행된 올림픽에서의 어려움이 예고돼 있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함상명의 올림픽 출전도 극적으로 이뤄졌다.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모든 대회에서 조기 탈락했다. 3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발전에 이어 6월 아제르바이잔 월드쿼터대회까지 전부 실패했다. 국제복싱협회(AIBA) 주관으로 지난달 초 베네수엘라에서 끝난 APB(AIBA프로복싱)/WSB(월드시리즈복싱) 자체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무너졌다. 누가 봐도 명확한 유효타조차 포인트로 인정하지 않는 허술한 판정으로 빈축을 샀지만 힘을 잃은 한국복싱에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약자가 겪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설움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았었다. 함상명은 재충전을 위해 휴가도 다녀왔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동일 체급에서 올림픽 티켓을 딴 누군가 출전을 포기하며 ‘올림픽쿼터 재분배’가 이뤄졌고, APB랭킹 3위의 함상명이 기회를 얻었다. 한국복싱도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었다. 1948년 런던대회에 첫 출전한 이래 68년 만에 올림픽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지만 함상명이 마지막 희망을 되살렸다.

대진운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로드리게스는 이 체급 강자였다. 함상명이 탈락한 베네수엘라 선발전을 3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함상명이 더욱 강했다.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자마자 리우 현지에 도착해 컨디션을 끌어올려온 함상명은 “분골쇄신(粉骨碎身)이 좌우명이다. 온 몸의 뼈가 부서진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1988년 서울대회 우승자 출신의 복싱대표팀 박시헌 감독이 주문한 ‘원(1라운드)-원(1분)-윈(승리)’의 작전에 따라 초반부터 강하게 펀치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괴롭혔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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