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서 만난 NC 이재학은 씩씩했다!

입력 2016-08-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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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 스포츠동아DB

12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국가대표 훈련장. NC 2군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화성 히어로즈전에 선발 예고된 이재학(26)이었다.

이재학은 평소 등판 직전, 경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고 목소리도 씩씩했다. 눈이 반달 모양으로 사라져버리는 환한 미소 역시 여전했다.

이재학은 최근 야구판에 불거진 승부조작 의혹에 휘말렸다. 선수는 구단 자체조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소문은 마치 기정사실처럼 번져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구단도 경기북부경찰청이 이재학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요청하자 제2의 박현준(전 LG) 사태를 우려해 지난달 31일 그를 2군으로 내렸다.

승부조작은 선수생명에 치명적인 일이다. 이런 일에 휘말린 선수는 진위여부를 떠나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재학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9일 무려 9시간이 걸쳐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도 소환조사에서 그의 승부조작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인 조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NC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은 경찰 조사가 끝난 뒤, 이재학의 무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1군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경찰 조사 결과만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 2군에서 이재학을 지켜본 NC 한문연 2군감독은 “사람이 죄를 지으면 주위의 눈치를 본다든지 주눅 들기 마련인데 (이)재학이는 한결 같이 밝고 명랑했다. 흔들림이 없었다”며 “오히려 (2군에 내려온 김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1군도 마찬가지겠지만 여기 있는 코치들과 선수들은 ‘(이)재학이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의 말처럼 이재학은 현재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예정됐던 경기는 섭씨 37℃가 넘는 폭염으로 취소됐지만, 그는 불펜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시뮬레이션 피칭을 소화하며 복귀에 박차를 가했다.

이재학의 불펜피칭에는 한 감독을 비롯해 지연규 투수코치, 박명환 불펜코치, 이도형 배터리코치, 김광림 타격코치까지 코칭스태프가 총출동했다. 코치들은 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기에 타자, 볼카운트, 주자 상황 등에 따른 그의 투구를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분석했다.

이재학도 1구, 1구에 신중을 기했다. 선발투수로서 위력을 더하기 위해 극단적 투 피치(직구-체인지업 위주의 투구)를 벗어나 여러 구종을 실험하는 모습이었다. 만족도 없었다. 시뮬레이션 피칭에서 총 66개의 공을 던진 뒤 코치들의 합격점을 받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연신 고개를 저으며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대해 코치들과 끊임없이 논의했다.

지연규 코치는 “(이)재학이는 완벽주의자다. 좋은 공을 던지지만 완벽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다”며 “선발은 여러 구종을 구사해야 유리하다. 사실 서클체인지업을 제외하고도 괜찮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는데 완벽하지 않아 잘 안 던지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에 2군에서 체인지업 외에 몇 가지 구종을 열심히 갈고 닦으면서 (1군에) 올라갈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NC 구단은 이재학의 합류를 이르면 이번 주말로 보고 있다. 1군 등록은 다음주 초가 될 전망이다. 선발진이 무너진 NC로서는 이재학의 복귀가 천군만마다. 이재학도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날도 경기가 취소될 정도의 지독한 폭염 속에서도 힘차게 공을 던지며 구슬땀을 흘렸다.

고양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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