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로 “기분좋은 음악, 그것이 나의 모토”

입력 2016-08-16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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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피아레코드

음악가치고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랩퍼 파로(본명 윤석준)도 꽤나 깊은 사연을 간직한 음악가이다.

'윤대장'이라는 이름으로 2011년 정식 데뷔한 파로는 꾸준히 랩퍼로 활동을 이어오다가 2014년 지금의 활동명을 짓고 음악가로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이 '두 번째 인생'은 그저 활동명을 바꾸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파로는 음악을 완전히 접으려고 마음먹고 음악가로서 마지막을 준비하던 시기가 있었다.

파로는 "내가 예전에는 성격이 어둡고 비관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음악도 어두웠다. 말도 잘 안하고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었다"라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러다보니 인생도 어둡고 너무 힘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음악을 하겠다고 뛰어드니 뭔가가 무너져버린거다. 결국 내가 나약했기때문이지만, 자존감도 낮아지고 자신감도 잃고 그랬다. 그런게 수 년간 겹치면서 중첩됐다. 그러다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해야 기분이 좋아질까. 왜 나는 어두울까'하고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앨범을 만들고 음악 인생을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장비를 다 팔아서 CD를 몇백장 만들었고, 마지막이니만큼 최선은 다해야한다는 생각에 전국의 모든 방송국을 다 돌았다"라고 말했다.

그때 만든 앨범이 바로 '다섯시'가 수록된 'Where AM : I'으로, 이는 실제로 '윤대장'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마지막 앨범이기도 하다.

사진=마피아레코드


사실 이 앨범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 앨범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줬다.

파로는 "앨범을 돌리고 있을 때 아는 랩퍼 선배가 밥이나 먹자고 부르더라. 거기에서 지금 대표님을 만났다"라며 "그때 비가 왔는데, 양손에 CD와 짐이 많아서 우산을 포기하고 비를 맞고 다녔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 웃겨보였나 보더라. 그렇게 처음 만나서 6개월 정도 뒤에 지금의 마피아레코드에 가게됐다"라고 '파로'로 다시 시작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음악을 하게된만큼 파로의 음악 스타일은 윤대장 시절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음악을 만드는 모토이다.

파로는 "내 모토가 기분좋은 음악이다. 신나는 것과 기분 좋은 건 다르다. 예를 들어 싸이의 음악이 신난다면, 나는 힙합적인 그루브는 유지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음악을 추구한다. 락 음악 안에도 여러가지 세부 장르가 있는 것처럼,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신나는 걸 만들어도 댄스를 만들지는 않을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분좋은 음악'이라는 모토를 담은 작업물은 곧 정규앨범으로 공개할 예정으로, 지난 4월 발표한 '선셋비치'와 7월 발표한 '서울살롱'도 정규앨범의 수록곡이다.

파로는 "올해 계획이 싱글 4장이다. 지금 나오는 곡들은 앨범의 수록곡이다. '선셋비치'는 앨범 마지막 트랙이다. 작년에 죽은 내 친구와 휴양지를 가보고 싶다는 그런 내용이다. '서울살롱'은 앨범의 중간에 들어갈 중요한 트랙이다. 사운드의 질감을 내려고 유즈마인드 형네 집에서 녹음하고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더블 녹음을 하고 있다. 생각한대로 90%이상 만들고 있다"라고 차곡 차곡 정규앨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사진=마피아레코드


'서울살롱'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이자면, '서울살롱'은 실제 파로가 자주 찾는 단골 술집의 이름이다. 파로는 이 '서울살롱'에 대해 "꿈을 이룬 사람과 이루려는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파로는 "경리단길에 있는 펍인데, 5년 전부터 단골이었다. 그 동네자체가 굉장히 쌌고, 힘든 사람이 자주 가는 곳이었다. 또 그곳에 다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도 종종 들리는 곳이다. 내가 금의환향한 건 아닌데, 얼마 전에 거길 갔다가 예전에 내 어두웟던 모습과 닮아있는 사람을 봤다. 그 사람을 보고 그런 사람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Hello 너는 누구니 답하기 싫다면 굳이 말 할 필요 없으니 그냥 즐겨'라는 후렴구는 그 사람을 보고 떠오른 것이다. 긍정적으로 되면 인생이 그만큼 편해진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살롱'이 내용적으로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사운드적으로는 흔히 말하는 레트로의 질감을 지니고 있다.

파로는 "1920년대 느낌을 나게하고 싶었는데,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가 오래되거나 희귀한 샘플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드럼과 브라스 소스를 두 개 받아서 썼다. 그외에 프로듀싱이나 작곡은 유즈마인드와 내가 다 한 거다"라고 말했다.

특히 파로는 유즈마인드를 "스승같은 형"이라고 표현하며, "이 형은 홍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가 처음 만났다. 그러다가 나중에 어디 녹음실에 가보니 이 형이 살고 있더라. 그러다 친해져서 자주 만났고, 편곡과 프로듀싱을 도와주고 있다. 피처링에 참여한 달리도 유즈마인드 형이 데리고 있던 친구다"라고 유즈마인드와의 인연을 밝혔다.

이어 "예전에 장비르 다 팔고, 그때 이후로 아직 장비를 다시 못 사고 있다. 그러다보니 머리 속에 있는 걸 편곡자(유즈마인드)에게 가져가서 일단 비트를 그대로 찍는다. 그 다음 조율을 하고 스케치를 하는 식으로 곡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하며 유즈마인드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렇듯 파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좋은 동료들과 새로운 음악 인생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그의 모토대로 '기분좋게' 음악하는 일뿐이다.

물론 파로도 "데뷔한지는 4년됐고, 음악을 업으로 삼은건 9년째다. 9년중 5년이 뭐가 없는 거다. 혼자 공연하고 방구석 랩퍼였다"며 "지금은 긍정적인 사람이다. 듣는 사람도 기분좋고 나도 기분좋고 싶다. 기분좋은 스웩을 내고 싶다"라고 기분좋은 의욕을 보였다.

사진=마피아레코드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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