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에 부는 ‘지도자 한류’ 열풍은 한국에는 곧 위협 요소이기도 하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남자 58kg급의 김태훈(오른쪽)은 17일(한국시간) 벌어진 리우올림픽 16강전에서 최영석 감독이 지도하는 태국의 신예 타윈 한프랍에게 충격패를 당한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가까스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한국의 전통적 메달밭인 태권도에서도 한류가 거세다. 태국이 이 종목 첫날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태권도 남자 58kg급의 김태훈(22·동아대)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17일 첫 판(16강전)에서 태국의 18세 신예 한프랍에게 일격을 당했다. 예상치 못한 패배로 패자부활전에 나서게 된 김태훈이 경기 후 향한 곳은 2002년부터 태국태권도대표팀을 지도해온 최영석(42) 감독이었다. 태국왕실 훈장까지 받을 정도로 인정받은 그는 철두철미한 분석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며 유망주를 키웠다. 물론 최 감독은 마냥 행복해할 수는 없었다. “이겼어도 차마 웃지는 못하겠다. 난 한국인이다.” 종주국 에이스에게 충격적 패배를 안긴 한프랍은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태국은 한국을 또 한 번 피 말리게 했다. 여자 49kg급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도 하마터면 태국선수에게 무너질 뻔했다.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가 18일 벌어진 8강전에서 김소희를 괴롭혔다. 종료 직전까지 2-4로 밀리다 4초를 남기고 얼굴 공격을 성공시킨 김소희가 준결승에 올랐지만, 분명 큰 위기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옹파타나키트는 결국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땄다. 최 감독은 “태국인들의 느긋한 천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강하고 독하게 훈련시켰다. 이제야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웃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