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SK 최정의 2가지 목표, 그리고 만회

입력 2016-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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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정. 스포츠동아DB

2000년 창단한 SK는 연고지 인천에 정착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마케팅적 요소를 강조한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했고, 프로 구단으로서 최우선의 가치인 성적까지 실현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8년과 2010년 우승을 포함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SK는 성적과 함께 창단 첫 ‘프랜차이즈 스타’를 얻었다.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들은 타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이적해 순수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없었다.

김광현(28)과 최정(29)은 투타에 걸친 SK의 첫 번째 프랜차이즈 스타다. 최정은 2005년, 김광현은 2007년에 1차 지명한 선수들이다. 연고지(경기권) 내 최고 유망주로 지명한 선수들이 주축으로 성공한 ‘모범 사례’였다. 최정은 2014년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으나, 4년 총액 86억원의 조건으로 친정팀에 잔류했다. 19일 문학 두산전에서 시즌 29·30호 홈런을 연달아 터뜨리며 생애 첫 30홈런을 달성했다. SK 구단 역사상 5번째이자, 30홈런을 달성한 4번째 선수였다.

최정에 앞서 30홈런이라는 거포의 기준점을 넘어선 건 2002년 호세 페르난데스의 45홈런(3위)과 2003년 이호준(현 NC)의 36홈런(4위), 2004년 박경완의 34홈런(1위)과 이호준의 30홈런(3위)이 전부였다.

30홈런은 시즌 전 최정의 목표 중 하나였다. 올해 부진도 있었지만, FA 계약 후 실패를 맛본 그에겐 ‘만회’가 절실했다. 그래서 세운 2가지 목표, 한 가지를 달성한 최정을 지난 주말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 아프지 않고 30홈런, 2가지 목표와 만회


-2013년 한 시즌 개인 최다인 28홈런을 넘어 생애 첫 30홈런을 쳤다. 프로 12년차 시즌에 처음 달성했는데 어떤 느낌인가.

“홈런 개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게 맞는 것 같다. 홈런을 더 많이 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그때 당시엔 30홈런이라는 데 도전을 안 했던 것 같다. 막상 치고 나니까 ‘참 오랜 시간이 지나 30홈런을 쳐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전에 30홈런을 목표로 했다.

“일단 올해 목표 하나를 이뤄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다. 첫 번째 목표가 ‘아프지 않기’였고, 2번째 목표가 30홈런이었다.”


-아프지 않겠다는 목표도 달성한 것 같다.

“지금 거의 목표치에 가까이 간 것 같다. 올해 2경기밖에 빠지지 않았다.(웃음)”


-FA 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81경기 출장에 그쳤다.

“정말 만회하고 싶었다. 시즌을 치르면서 최근에 좋아졌지만, 계속 안 좋았던 시기에도 버티고 했던 게 안 아프고 경기에 꾸준히 나가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출장을 꾸준히 하니까 좋은 감도 오고, 그래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안 좋았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땐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뭘 해도 아프니까…. 조금 하려고 하면 아프고, 또 조금 하려고 하면 다치고 그런 게 반복됐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멘탈이 많이 안 좋았다. 또 팀에 많이 미안했다. 그래서 올해 시즌 전 안 다치고 경기에 많이 나가는 걸 첫 번째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집착을 버리니 보인 길, 부상 없이 꾸준하게!


-캠프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팀 내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걸로 기억한다. 4번타자인 동기 정의윤과 경쟁하면서 30홈런을 함께 치자고 의기투합한 것도 떠오른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건 부상 없이 뛰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잔부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또 박경완 코치님과 30홈런 내기를 했는데 일단 이겨서 기분은 좋다.(웃음)”


-사실 올해 부진하기도 했다. 아직 시즌 타율이 0.286으로 3할에 못 미치고 있다.

“시즌은 아직 안 끝났지만, 부진할 땐 너무 힘들었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안 될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더라. 그땐 많이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니 참고 잘 넘겨온 것 같다.”


-과거부터 굉장히 야구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잘 안 될 때 생각도 많고, 여러 가지 해결책을 찾는 걸로 유명하다.

“올해는 오히려 집착을 더 버리려고 한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면, 되든 안 되든 집착을 버리는 게 맞는 것 같더라. 아직 바뀌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지금은 ‘새롭고 새롭게, 하루하루 뛰자’고 마음먹고 있다.”


-부진이 거듭되자 하위 타순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감독님께서 결정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나보다 타율이 좋고 잘 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내가 굳이 타격감이 안 좋은데 위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내보내주시는 위치에 맞게 팀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며 버티고 있다. 부상 없이 꾸준히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 SK는 날 성장시켜준 구단, 후배들 성장 뿌듯해


-올해 아쉬운 부분은 없나.

“지금은 그냥 정말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 없다. 경기에 계속 나가고, ‘열심히 하자’, ‘부딪혀보자’는 생각만 한다. 30홈런도 29개를 치기 전까지는 의식하지 않았다. 다른 걸 신경 안 쓰고, 1차 목표인 경기에 뛰는 것만 생각했다.”


-올 시즌 SK 타선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난 똑같은 느낌으로 즐겁게 팀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엔 내가 어린 선수였지만, 지금은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가고 있다. 젊은 후배들이 잘해서 팀이 이기고 이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고 그렇다.”


-SK에서 데뷔해, 여기까지 왔다. SK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키워준 구단 아닌가. 고등학교 갓 졸업해서 온 뒤로 계속 SK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날 성장하게 만들어주고, 잘 키워준 팀이다. 그래서 못했을 때 팀에 더 미안했다.”


-프랜차이즈로 구단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다른 기록도 노리는 게 있나.

“그런 건 욕심내지 않는다. 괜히 안도해서 방심하면 또 다칠 수도 있다. 시즌이 끝나고 나서 ‘내가 이렇게 했구나’라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시즌 중간에 다른 욕심을 내선 안 된다.”


SK 최정

▲생년월일=1987년 2월 28일
▲출신교=대일초∼평촌중-유신고
▲키·몸무게=18
0cm·90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5년 SK 입단(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입단 계약금=3억원
▲프로 경력=SK(2005∼)
▲2016년 연봉=10억원
▲2016시즌 성적=타율 0.286(392타수 112안타) 30홈런 73타점(22일 현재)


사직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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