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화 김성근 감독의 비밀주의가 시사하는 것

입력 2016-08-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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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성근 공화국. 한화 구단의 현실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는 단어다. 모든 게 김성근 감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1년 8월 SK에서 경질 통보를 받은 이유 중 하나도 자기 위주의 ‘독재정치’였다는 관점이 많다. 실제로 한화 구단이 김 감독을 영입할 당시 가장 우려했던 점이다. 불행하게도 이는 현실이 돼 구단과 선수들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김 감독은 팬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팬들의 ‘알 권리’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는 것도 김 감독이다. 좋은 예가 선수의 부상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중반에 한 선수가 수술을 받았는데, 이 사실은 김 감독이 ‘OK’ 사인을 낸 뒤에야 비로소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명쾌한 답변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구단 측이 감독의 눈치를 보기 바빴기 때문이다. 한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감독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 전에 (부상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난리가 난다”고 했다.

한화 김민우. 스포츠동아DB


최근에는 2년차 유망주 우완투수 김민우가 어깨를 다쳤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혹사로 인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금은 치료를 끝내고 재활에 돌입한 상태다.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김민우는 최근 30m 거리에서 롱토스를 하며 조금씩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군 홈경기 때는 대전에서, 원정경기 때는 서산2군구장에서 재활 중이다. 주사치료를 끝내고 공을 던진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문제는 이 사실이 2개월여가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김민우는 마산용마고 시절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던 투수다. 그러나 입단 첫해인 지난해 막판 무분별한 등판과 잦은 불펜투구에 점점 지쳐갔다.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진 ‘특투’도 빌미가 됐다. 이처럼 선수의 미래가 걸린 사안을 어물쩍 넘어가려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결국 구단이 팬들의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김 감독은 23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도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민우의 부상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데 따른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넥센의 조상우와 한현희가 다쳤을 때는 이렇게 시끄러웠나. 공평하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상우와 한현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2017시즌)까지다. 남은 기간동안 김민우와 같은 사례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 야구인은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구단이 관심을 받고, 흥행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것이 현재 한화의 내부 분위기라면 팀의 미래가 걱정된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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