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구 회장 “여자야구월드컵을 축제의 무대로!”

입력 2016-09-01 09: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은 2016여자야구월드컵 개최를 넘어 성공적 대회 운영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 쏟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여자야구연맹(WBAK) 정진구 회장 인터뷰

큰불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정진구 회장은 그 불씨를 피우고, 키우는 사람에 해당한다. 여자야구 불모지였던 이 땅에 정 회장과 이광환 KBO육성위원장이 의기투합하며 2007년 WBAK가 설립됐다. 그리고 10년, 한국은 부산시 기장군에서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여자야구월드컵’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31일 기장으로 내려간 정 회장은 “직함이 회장이지만 대회 로고가 찍힌 쇼핑백 제작까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는 잘 됐나?

“1년 전부터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준비해왔다. 큰 준비는 다 됐다. 시설은 다 괜찮은데 날씨가 걱정이다. 2일 전야제, 3일 개막전인데 비가 예보돼있다. 원래 야외에서 하려고 했는데 실내에서 여는 쪽으로도 준비하고 있다. 개막전 때 비를 대비해 우산, 우의라도 준비해 강행하려고 한다. 대회 일정은 혹시 비가 내려도 예비일(6일)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다.”


-한국 여자야구의 현실이 열악하고, 역사도 짧은데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환경이 좋지 못하지만 이런 큰 대회를 치름으로써 단기간에 여자야구를 알릴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개최 이유였다. 마침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을 준비하던 기장군과 얘기가 잘 됐다. 4년 전부터 MOU(양해각서) 맺고 유치신청을 했다. ‘될까?’ 했는데 됐다. 여자야구월드컵은 2년마다 여는데 아시아와 남미가 돌아가며 개최했다. 2년 전, 일본에서 개최해 남미 차례일 수 있었는데 WBSC가 한국이 낫다고 본 것 같다.”


-기장군의 도움이 컸겠다.

“오규석 군수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야구장(현대차 드림볼 파크)도 와보면 알겠지만 4면으로 만들었는데 원래 사회인야구용 구장이다. 그런데 세계대회를 유치하려다보니까 WBSC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많았다. 그런 것에 대해 실사팀이 주문하는 대로 오 군수가 다 바꿔줬다. 여자야구 기장군팀을 만들 생각도 있는 것 같고, 야구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대회를 치를 인프라는 괜찮나?

“기장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지역경제에 도움을 줘야 하니까 한국대표팀이 그곳 호텔을 쓴다. 나머지 11개팀은 해운대의 호텔을 마련했다. 야구장도 어지간한 지방구장보다 낫다(웃음). SBS스포츠에서 대회 생중계도 맡았다.”


-생소한 여자야구와 어떻게 인연을 시작했나?

“현대 유니콘스(이사)를 그만두고 야구와 인연이 끊어졌다. 현대해상 계열사 대표를 3년 하고 나와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광환 감독이 2006년에 나를 끌어들였다. ‘여자야구 좀 도와 달라’고. 당시 여자야구가 10여 팀밖에 없었는데 지금 46개팀 800여명에 달한다. 2007년 연맹 만들고 계속 부회장하다 지난해 대한체육회 정치인 회장 금지 조항으로 어쩔 수 없이 회장이 됐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 스포츠동아DB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성적 부담감도 크겠다.

“여자야구선수 10명, 소프트볼선수 10명을 합쳐 대표팀을 꾸렸다. 여자야구 선수들이 ‘우리로 왜 20명을 짜지 못했느냐’고 서운해 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여자야구연맹 소속 선수들)은 거의 다 직장이 있다. 선생님도 있는데 개학을 하니까 학교에서 (훈련, 대회에) 안 보내주는 일도 있다. 그러나 소프트볼 선수들은 실업팀에 소속돼 있어서 협조만 되면 정기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다. 대표팀을 구성해서 훈련이 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대표팀 이광환 감독의 요청이기도 하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이 감독의 명예가 걸린 일이기도 하다.”


-조별예선부터 험난하다.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쿠바가 우리와 같은 조다. 12개팀 3개조로 나뉘었는데 여기서 2위까지 총 6개팀이 상위 라운드에 올라간다. 현실적으로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이기기 쉽지 않다. 소프트볼 선수들이 포함된 혼성팀을 그래서 만들었다. 쿠바, 베네수엘라 중 한 팀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종 목표는 4강이라고 들었다.

“평가전을 일본의 아사히 트러스트와 했다. 일본 국가대표가 4명이나 있는 실업리그 우승팀이다. 이 팀만 와도 여자야구월드컵 우승 전력이다. 그런 팀과 해서 대표팀이 2-3으로 졌다. 그 경기를 보고 희망이 생겼다.”


-대회 개막이 다가올수록 간절한 마음들이 들겠다.

“성공적으로 세계대회를 마쳤으면 좋겠다. 프로야구만 알지 여자야구는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대한야구협회 관리위원장도 맡고 있는데 소프트볼과 사회인야구도 이 우산 아래 통합될 것이다. 대한야구협회가 여자야구연맹 상급기관인 만큼 결국 소프트볼과 여자야구가 한 식구처럼 움직여야 할 때다.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국가대표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여자야구 선수들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축제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은?

▲생년월일=1948년 5월 18일(대구 출생)
▲출신교=대구 경상중~성남고~단국대
▲실업선수=기업은행(1968~1969년)~육군(1971~1972년)~기업은행(1973~1977년)
▲경력=프로야구단 OB 베어스 운영부 차장(1985~1988년)~프로야구단 태평양 돌핀스 운영부장(1988~1994년)~프로야구단 태평양 돌핀스 이사(1995년)~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 이사(1996~1997년)~㈜CNR(현대해상 계열사) 대표이사(1998~2001년)~㈜신의개발 대표이사(2001년~현재)/한국여자야구연맹(WBAK) 부회장(2007~2014년)~제4대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2015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