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로 간 ‘추캥’ 걸그룹 인기 안 부럽네

입력 2016-09-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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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캥’ 창립 멤버인 오장은은 매년 열리는 자선행사 업무를 총괄하는 등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최전방 부대부터 진해 독도함까지
오장은 “동료들 즐겁게 동참 뿌듯”


‘축구를 잘하면 군생활이 편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인들의 축구 사랑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 까닭에 축구인 봉사단체 ‘추캥(축행·축구로 만드는 행복)’은 남자들이 환영받기 힘든 군대에서도 걸그룹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추캥은 2014년 최전방을 지키는 군부대를 방문해 작은 족구대회를 열었다. 염기훈(33·수원삼성), 김진규(31·파타야) 등의 유명선수들을 꺾겠다는 군인들의 의지는 불타올랐고, 일부러 져주는 센스(?)를 발휘한 선수들 덕분에 마무리도 훈훈했다.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사단장으로부터 특별 휴가를 받은 군인들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추캥 창립 멤버인 오장은(31·수원삼성)은 “당시 부대 장교들은 ‘군인들이 이렇게 밝은 적은 걸그룹 이후 처음’이라고 말하더라”며 “365일 부대에서 생활하는 군인들에게 우리가 활력소가 되고, 기분을 전환시켜줄 수 있어 기뻤다”고 회상했다.

군부대 내 축구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군 측에선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알찬 견학 일정을 선물한다. 강원도 철원을 찾았을 때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휴전선을 걸으며 북한군을 마주하고, 땅굴 끝까지 들어가는 등 군인들의 노고를 몸소 체험했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방문한 군대에서 도리어 값진 경험과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돌아오곤 한다.

한편으론 실제 군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힘든 일과 때문에 불편함도 있다. 2012년 경남 진해 독도함을 방문했을 때는 K리그 내 선참격인 오장은도 행사에 초대한 동료들과 후배들의 표정을 살피느라 바빴다. 진해까지 버스로 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여정을 앞두고 눈이 내린 데다, 거처로 마련된 독도함 내 침대는 선수 한 명이 몸도 못 움직일 정도로 비좁았다. 다음날 새벽부터 점심까지는 군인체조를 비롯해 쉴 틈 없는 일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동료들은 힘든 기색 없이 자선경기를 즐겼다. 오장은은 “선수들이 피곤해 하는 게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 힘들어하면서도 ‘경험해서 좋았다’는 말을 해주니 내내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싹 씻겨나가더라. 경기 할 때는 재미있게 뛰는 선수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고마웠다”며 동료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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