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감독퇴장’ 신경전 김성근-김경문 마산 충돌

입력 2016-09-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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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NC 김경문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1. 8월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6회초 NC 에릭 테임즈가 홈으로 들어오다 한화 포수 허도환의 태그에 걸려 아웃됐다. 그러나 당시 김경문 감독은 “세이프 아니냐”며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올해 새롭게 도입한 ‘홈 충돌 방지법(야구규칙 7.13)’에 따르면, ‘공을 갖고 있지 않은 포수가 주로를 막는 경우 심판은 주자에게 세이프를 선언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합의판정 결과도 아웃.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합의판정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이날 합의판정을 진행한 나광남 3루심에게 다가가 포수 동작을 시연하면서 계속 어필을 했다.

그러나 당시 나 심판위원은 야구규칙 7.13(b)에는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조항을 들어 김경문 감독에게 설명을 했다. 결국 김경문 감독도 덕아웃으로 철수했다.

그런데 이때 맞은 편 덕아웃의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리고는 심판진에게 “규정에 따라 김경문 감독을 퇴장시켜야한다”고 어필했다. ‘2016 KBO리그 규정’ 제28조 ‘심판합의판정’의 11항 ③‘합의판정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에 따르면, ‘합의판정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의 관계자는 더 이상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심판위원은 “홈 충돌 방지는 올해 도입 첫해인 데다 점수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상황이라 규정에 따라 무조건 퇴장을 주는 것보다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은 “설명은 무슨 설명인가. 규정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김경문 감독의 퇴장을 강하게 주장했다. 다음날에도 기자들을 만나 규정대로 김경문 감독을 퇴장시키지 않은 심판과 KBO를 강하게 비판했다.


#2. 9월4일 고척스카이돔. 8회초 무사 1·2루서 한화 이용규의 중전안타 때 2루주자 이성열이 홈까지 달리다 넥센 포수 박동원에게 태그아웃당했다. 주심은 처음에 박동원이 이성열의 주로를 막아섰다면서 세이프로 선언했지만, 넥센 벤치가 합의판정을 신청하면서 최종 아웃으로 번복됐다. 아웃타이밍이었기 때문에 홈에서 주자와 포수가 충돌했지만 포수의 방해로 보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김성근 감독이 나와 어필했고, 심판진은 퇴장명령을 내리지 않고 또 설명을 했다. 한 달 전에는 “규정에 따라 상대팀 감독을 퇴장시켜야한다”고 주장했던 김성근 감독이 이번엔 똑같은 상황에서 본인이 어필을 한 것이었다.

한화 이성열(오른쪽)이 4일 고척 스카이돔 넥센전 8회초 무사 1·2루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박동원에게 태그아웃 되고 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으나 넥센 요청 합의판정으로 아웃으로 번복됐다. 김성근 감독은 곧장 항의했다. 규정상 합의판정 결과에 감독이 항의하면 퇴장이지만 홈 충돌은 예외조항이 있었다. 스포츠동아 DB



● 규정의 명문화 필요

KBO는 이에 대해 “올 시즌에 앞서 열린 프로야구 10개구단 감독자 회의 때 홈충돌방지 규정과 관련해서는 시행 첫해인 만큼 어필시 퇴장 대신 설명을 하기로 했고,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감독자회의 때 혼자 이 얘기를 듣지 않았거나, 듣고도 잊어버렸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규정에 대해 명문화하지 않은 부분은 KBO로서도 실책이다. 규정을 별도로 만들지 않더라도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해 보도만 됐더라도 야구 종사자뿐 아니라 팬들도 이를 인식하고 시즌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소모적인 논쟁과 혼란은 불필요한 상황이 됐을 것이다. KBO도 이에 대해 “맞는 얘기다”며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비해서는 명확하게 규정을 마련해 적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 한화-NC의 마산 재격돌

상대팀 감독을 퇴장시켜야한다고 주장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면서 미묘한 감정싸움을 한 한화 김성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이 마산에서 격돌한다. 6~7일 마산에서 열리는 2연전이다. 두 팀에 매우 중요한 일전이다. 2위 NC는 3~4일 SK에 2연패를 당했다. 1위 두산에 7.5게임차로 멀어지면서, 오히려 3위 넥센에 2게임차로 쫓기고 있다. 내일이 없는 승부를 거는 7위 한화는 5위 SK에 3게임차로 뒤져 있다. NC는 이 대결에서 패한다면 2위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고, 한화는 더 이상 밀린다면 가을야구가 멀어지는 상황이다. 감정싸움과 순위싸움까지 겹쳐 마산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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