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 마무리·스프링캠프 고치 안간다

입력 2016-09-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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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더 이상 ‘고치 캠프’를 치르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이 일본 고치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지만, 구단은 고치 캠프의 폐해를 느끼고 마무리훈련과 내년 스프링캠프를 미야자키와 오키나와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스포츠동아DB

한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치’와 결별한다. 당장 올 시즌 후 진행되는 마무리캠프부터 일본 고치에 가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스프링캠프도 고치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고치는 김성근 감독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융숭한 ‘칙사 대접’을 받는 곳으로, 김 감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실제로 김 감독이 한화 사령탑에 부임한 2014년 말부터 2년 동안 한화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각각 2차례씩 열었던 곳이다. 그러나 구단은 고치에서 훈련한 결과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같이 결정했다.

김 감독은 2015~2017년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해 임기는 내년까지다. 그러나 고치에 가지 않는 것은 김 감독이 올 시즌 후 유임 또는 경질 혹은 자진사퇴를 해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한화는 올 시즌 후 진행되는 마무리훈련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 예정이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는 교육리그에서 기량향상을 꾀하고, 그 외의 선수들도 한화가 미야자키에 별도로 마련한 야구장에서 자체적으로 마무리훈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내년 1군 선수들의 스프링캠프도 더 이상 고치에서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곧바로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더군다나 올해까지는 1월15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했지만, 내년부터는 KBO리그 전 구단이 2월1일부터 스타트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굳이 고치에서 훈련하다 오키나와로 이동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이유도 없다. 다만 한화 구단은 2군선수들의 스프링캠프에 대해서는 대만과 고치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한화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그룹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팀연봉 1위 등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지원을 한 한화다. 그러나 추운 날씨 속에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다 감기환자와 부상선수들이 속출해 시즌 준비부터 차질을 빚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즌 초반부터 꼴찌로 처지자 그룹 차원에서도 원인 분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단도 그룹에 이 같은 상황을 보고해야 했고, 결국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고치 캠프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야구단이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해외에 나가 전지훈련을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국내보다 따뜻한 기온이고, 두 번째는 훈련의 효율성이다. 첫째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고치는 겨울철 날씨 면에서는 국내에 비해 장점이 거의 없다. 해외 전지훈련까지 간 선수들이 두꺼운 점퍼를 입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운동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훈련을 한다. 날씨의 장점은 없고, 훈련 장소의 장점뿐이라면 차라리 국내에서 훈련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사실 고치 날씨는 스프링캠프 때가 더 문제다. 마무리훈련을 진행되는 11월엔 기온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화로서는 고치가 ‘약속의 땅’이라기보다는 이젠 ‘악몽의 땅’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구단이 11월에 고치에서 훈련을 한다고 하니 한화로서는 운동장을 마음대로 활용하는 장점마저도 없는 곳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반대하는 고치. 마무리캠프나 스프링캠프나 한화가 더 이상 갈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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