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재’ 니퍼트의 나의 사랑, 나의 한국

입력 2016-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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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니서방’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한국 6년차 외국인투수다. 매년 꾸준히 활약하며 팀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동아는 추석을 맞아 니퍼트를 만나 그가 느낀 6년간의 한국생활을 들어봤다. 뜬금없는 ‘아재개그’로 웃음까지 안긴 그와의 유쾌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바위 위에서 3년’이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3년 이상을 해내면 인정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가 한국에서 지낸 시간은 하물며 6년이다. 2011년부터 KBO리그로 건너온 뒤, 단 한 시즌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꾸준함에 팬들은 ‘니느님(니퍼트+하느님)’이라는 경탄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올 초 한국인 여성과의 재혼으로 ‘니서방’이라는 또 하나의 애칭이 생겼다. 이제 니퍼트에게 한국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온 곳 이상의 인연이 됐다. KBO리그 최고투수를 만나 야구 얘기를 하나도 묻지 않은 독특한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이기도 하다. 추석을 앞두고 ‘지존투수’ 니퍼트가 아닌 ‘미국아재’ 니퍼트의 한국생활 6년의 소회를 들었다. 니퍼트의 호의와 더불어 두산 김용환 통역의 세련된 도움이 있었기에 인터뷰는 시종 화기애애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두산 니퍼트.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니퍼트의 한국예찬 “음식은 다 좋아. 콩만 빼고.”

-여행을 생각하는 미국 친구들에게 서울을 소개한다면?


“미국 대도시는 치안이 위험한 곳도 많은데 한국 서울은 발전된 대도시이면서 동시에 안전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좋다.”


-6년 동안 살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적응 안 된 것도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려운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때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야구장~집, 집~야구장 이렇게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역의 도움도 있으니까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데 겁을 내지 않게 됐다. 이제는 익숙해진 것들이 많아져 이질감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무엇이 좋나?

“하나를 꼭 집어 얘기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놀랐다. 미국 음식이라면 햄버거, 스테이크 정도로 제한돼있는데 한국은 해산물, 고기, 야채 등 요리 종류가 많아 너무 좋다.”


-송편 먹어본 적 있나?

“떡(한국어로)? (김 통역에게 ‘송편 안에 뭐가 들어가느냐’고 묻더니) 꿀떡은 좋아한다. 콩이 들어간 것은 싫다(슬쩍 웃음). 나는 달콤한 걸 좋아한다.”


-한국에서 가본 야구장 이외의 공간 중에 인상적인 곳을 꼽는다면?

“사실 서울 말고 갈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많이 못 가봤지만 경기도 용인 민속촌을 간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옛날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어서 새로웠다. 종로 쪽 절(조계사를 지칭하는 듯)도 가본 적이 있다.”

두산 니퍼트.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니느님, 과분하지만 감사한 애칭”


-한국에서 6년이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다. 어떤 팬들은 당신을 ‘니느님’이라고 부른다.

“‘니느님’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다. 나와 한마디라도 얘기하려고 하고, 사인 받으려 하는 팬들의 호의는 늘 감사하고 고맙다. 다만 개인적 시간을 보내거나 식사할 때는 곤란하기도 하다. ‘니느님’이라는 애칭은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한번도 나를 신격화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한국 팬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그렇게 불러주는지 알기에 감사하다.”


-얼마 전, 선발등판 당일에 운전 중 가벼운 교통사고를 겪어 화제가 됐었다. 한국에서의 운전을 미국하고 비교해 달라.

“솔직한 답을 원하나?(좌중 웃음) 60%만 사실대로 말하겠다.(웃음). 한국에서의 운전은 재미가 있다. 첫해는 차가 없었는데 그 다음해부터 차를 몰았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정말 잘돼 있다. 버스는 탈줄 몰라도 지하철은 자주 애용한다. 택시도 있다. 그러나 어딘가 내가 가고 싶을 때 운전해서 가는 성격이라 차를 마련했다. 운전하기 괜찮다.”


-운전하려면 표지판의 한글 정도는 읽을 수 있겠다?

“물론 팀에 요청을 해서 영어 내비게이션을 달긴 했는데 한국어도 읽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운전이 험하진 않나?

“확실히 경적이 많이 울린다. 끼어들 때 신호를 안 줄 때가 있더라. 창문 열고 화내고.(웃음).”


-말이 안 통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모국어를 쓰며 사는 생활과 차이는 있을 테니까. 단 6년을 살다보니 적응이 됐다. 주위 사람들이나 팀 동료와 문제없이 소통한다. 이제 (한국에서 소통이 잘 안 될 때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말을 배울 생각은 없나?

“6년 동안 한국에서 (언어를 배우는데) 게을렀다. (이에 관해 김 통역은 ‘니퍼트가 한국어를 말하는 것보다 알아듣는 능력이 매우 발달해있다. 알아들으니까 소통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두산 니퍼트.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두산행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


-6년 전, 두산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을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나라에 길게 있을지 짧게 있을지’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됐고, 두산과의 사랑에 빠졌다. 두산에서 야구를 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늦게 재계약 사인을 했는데, 두산이 끝까지 자리를 비워주고 기다려줘 감사하다.”


-이국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보면 미국이 생각날 때도 있을 법한데.

“한국에 와있는 외국선수들은 집에서 떨어져 있으니까 누구라도 고향이 그리울 것이다. 추석이 아니라도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직업을 택한 이상, 그런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한다. 신경 쓰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비시즌 때 가족들과 미국에서 지낼 수 있다.”


-미국 집이 어딘가?

“오하이오. 오하요 고자이마스.(뜬금없는 아재개그에 좌중 웃음)”


-취미가 미국에서 사냥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사냥을 못하는데 야구 안할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시즌 중 월요일이 쉬는 날이긴 하지만 시즌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 훈련을 하려고 한다. 그러지 못할 때에는 푹 쉰다. 쉬는 것에 관대해져야 후반기 체력 소모전을 견딜 수 있다.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잘 먹어야 체력도 유지될 텐데 즐기는 한국음식은?

“날씨에 따라 다르다.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것. 요즘에는 냉면.”


-소주는 마시나?

“(난색을 표시하며) No~. 술을 잘 안 마신다. 소주는 마셔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다. 맥주는 1~2병 한 달에 한번 마실까말까.”


-한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잠시 생각하더니) 제주도.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때 이틀 정도 시간이 나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도시와 시골의 특성들을 고루 가진 장소였다. 말도 뛰어다니고,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이었다. 내 스타일과 맞다. 나중에 길게 머물러보고 싶다. 그런데 말고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말고기는 절대 안 먹을 거다.”


더스틴 니퍼트


▲생년월일=1981년5월6일

▲키·몸무게=203cm·103kg(우투우타)

▲출신교=빌스빌고∼웨스트버지니아대

▲미국프로야구 경력=2002 신인드래프트15라운드 애리조나 지명∼2008년 텍사스 이적·메이저리그 6시즌(2005∼2010) 14승16패8홀드 방어율 5.31

▲KBO리그 진출=2011년 두산

▲KBO리그 통산 성적(2016년9월12일까지)=77승35패 방어율 3.40

▲2016년 연봉=120만 달러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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