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주말] 다시, 시로 숨쉬고 싶은 그대에게 外

입력 2016-09-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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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로 숨쉬고 싶은 그대에게 (김기택 저 ㅣ 다산책방)

1989년 한국일보로 등단해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검’,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의 시집으로 세상의 소외된 모든 것들의 목소리와 풍경에 주목해온 김기택 시인이 펴낸 첫 산문집이다.

서른이 넘어 등단해 시 쓰기와 직장생활을 병행해 온 김기택 시인은 밥벌이에 지치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이 땅의 모든 존재에 귀 기울여 왔다. 시인은 언제든지 부르면 다가와 잃어버린 것들을 채워주고, 고단한 시간들을 위로해준 것은 지금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에 가려져 있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유년시절의 기억이었다고 고백한다.

시인은 “추억이 위로와 평안을 주지만 때로는 현실을 견디고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시 속에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에너지가 들어있다”며 담담히 눌러 적었다. 그의 삶에 무늬 진 이야기들은 시를 가슴으로 읽게 해주고,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이라는 부제가 책장을 넘기고 싶게 만든다.



● 베어지지 않는 나무 (김만옥 저 ㅣ 나남)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남옥 작가의 소설집. ‘회칼’, ‘한 그루 나무’ 등 자선 대표작 7편과 신작 ‘거적때기’를 함께 묶었다. 저자의 40년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연보도 실었다.

김만옥의 작품은 얼핏 서늘하게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도 엿볼 수 있다. 수록작 ‘한 그루 나무(원제 : 그 모퉁이의 한 그루 나무)’가 대표적이다. 결코 ‘베어지지 않는 나무’같은 숙명에 대한 애착이 작품 면면에 흐른다.

자신의 밥벌이가 오롯이 어머니에게 빚지고 있다고 고백하는 아들의 애정 어린 발문도 눈길을 끈다. 어머니의 새벽 글쓰기를 보고 자란 아들은 커서 기자가 되었다. 30년 가까이 기록한 ‘사실’들이 어머니가 만들어낸 ‘허구’들보다 더 나을 순 없다고 아들은 썼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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