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4년 생애의 마지막은 그의 굴곡졌던 삶을 말해주는 듯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 마이애미의 영건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가 25일(한국시간) 불의의 보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래가 창창했던 젊은 투수의 비보에 미국은 슬픔에 빠졌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류현진 제치고 2013 NL 신인왕 오른 유망주

쿠바 출신의 페르난데스는 수차례 망명 시도 끝에 2006년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멕시코 땅을 밟았다. 망명 도중 어머니가 바다에 빠져 자신까지 목숨을 건 채 어머니의 목숨을 살린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페르난데스의 의지는 절실했다.

그토록 꿈꾸던 메이저리그는 페르난데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줬다. 2011 신인드래프트 전체 14순위로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그는 2년 뒤 빅리그 마운드에 처음 올랐다. 데뷔 첫 해 성적은 놀라웠다. 28경기에 선발로 나와 12승6패를 거두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신인왕을 두고 각축을 벌였던 라이벌이 바로 류현진(29·LA 다저스)이었다.

올 시즌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페르난데스는 24게임에서 16승8패, 방어율 2.86을 거두며 개인 최고 시즌을 작성해 나가고 있었다. 지난해와 2014년 각각 6승(1패)과 4승(2패)으로 부진했던 모습도 완전히 지워냈다.

최근에는 자신의 2세가 곧 태어난다는 소식까지 팬들에게 알렸다. 페르난데스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임신으로 배가 불룩한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당신이 내 삶에 들어와 정말 기쁘다.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할 준비도 돼 있다”는 글을 남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충격적인 비보에 현지서도 추모 이어져

장차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젊은 투수의 비보에 미국 현지에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소속팀인 마이애미는 26일 애틀랜타전을 취소시켰다. 이 경기는 페르난데스의 선발등판이 예정된 게임이기도 했다. 마이애미 돈 매팅리 감독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했다. 매팅리 감독은 “페르난데스는 마치 소년과 같았다. 그와 함께 하면서 기쁨만 가득했었다”며 그를 기억했다.

각 구장에서도 추모는 계속됐다.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컵스가 만난 리글리필드를 비롯해 이날 경기를 치른 각 구장에서는 경기 전 페르난데스를 기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구단들은 전광판에 그의 영상을 상영했고, 팬들은 모두 기립해 묵념으로 슬픔을 표했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닷컴도 홈페이지에 페르난데스를 추모하는 기사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같은 쿠바 태생 선수들의 슬픔은 남달랐다.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절친한 친구였다. 내가 이곳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며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푸이그는 이날 다저스 덕아웃에 페르난데스의 16번 유니폼을 내걸고 경기에 임했다.

올 시즌 막바지에 다다르며 한 해를 정리해가던 메이저리그. 젊은 투수의 안타까운 소식에 이날 하루는 그라운드에 슬픔이 가득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