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종영①] 박보검이 곧 드라마다

입력 2016-10-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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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박보검이 드라마 그 자체가 돼 버렸다. 그만큼 18일 종영된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완전체 박보검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물론 감독과 작가, 스태프가 만들어놓은 기본 무대가 있었지만 그 위에서 영리하게 자신을 꺼내 보여준 배우 박보검이 없었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의 흥행은 불가능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은 코믹한 퓨전청춘사극으로 시작해 로맨스 그리고 정통역사까지 담아냈다. 박보검이 분한 세자 이영은 흐름의 중심에서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대놓고 60분을 가지고 놀았다. 무난한 연기에 그친 수준이 아닌 인생캐릭터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작 tvN ‘응답하라1988’ 속 최택을 완벽히 지운 것이다.

제작진은 박보검 외모에 담긴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악했다. 박보검은 따스함과 냉랭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연기자다. KBS2 드라마 ‘너를 기억해’ 속 사이코패스 역할은 박보검만의 무기를 극대화한 작품이었고 ‘응답하라1988’의 외유내강 최택은 박보검이 지닌 분위기와 부합해 누나 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고 동생팬들의 마음을 흔들며 세대를 아우르는 호감대를 형성했다.


‘구르미’ 속 이영은 최택과 비슷한 맥락을 지닌 캐릭터다. 냉정함과 따뜻한 심성, 유머 감각까지 지녔다. 박보검은 눈빛은 물론 눈썹, 입꼬리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영에게 투영했다.

극 초반 대신들 앞에서 어수룩한 척 연기를 할 때는 청년 박보검 특유의 개구진 면이 소환되고 위장 내시 홍라온(김유정)의 우정인 듯 아닌듯한 미묘한 감정은 사슴 같은 눈망울에 살짝 맺힌 눈물로 모든 걸 설명한다. 극 중반, 이영과 홍라온의 로맨스가 한창일 때 박보검은 항상 장착하고 있는 주무기인 멜로 눈빛으로 화제성을 독차지했다. 후반부 정권 다툼이 극 중심에 자리할 때는 박보검의 진가가 발현됐다. 또렷한 발성과 발음은 정치 싸움 한복판에 있는 이영의 위태로움과 영특함에 이유를 더하고 ‘구르미’를 결코 가볍지 않은 청춘 사극으로 만들었다.

사실 ‘구르미’ 이전의 박보검은 어린 나이에 비해 연기를 잘하는 유망한 배우들 중 한 명이다. 조·단역, 아역 시절에는 적은 분량 때문에 감정선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지만 ‘응답하라1988’에서 대세 배우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르미’에서 박보검은 회를 거듭할수록 요동치는 세자 이영의 감정선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연기로 교감할 줄 아는 배우로 성장했다. ‘구르미’는 끝났지만 배우 박보검 연기 인생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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