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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응답하라1988’로 대세가 된 배우 박보검의 차기작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에 ‘구르미 그린 달빛’ 여주인공 캐스팅 과정은 일거수일투족 화제였다. 자리의 주인공은 김유정이었다. 하지만 김유정은 방송 전 “나이가 어리다” “케미가 걱정된다” 등 우려를 한몸에 받았다. 물론 기우에 불과했고 김유정은 보란 듯이 위장내시 홍라온을 자기 것으로 체화시켰다.
낭랑 18세 김유정은 어린 나이지만 2003년 5살에 데뷔한 베테랑 연기자다. 박보검과 이준혁(장내관 역)이 “나보다 선배다. 사극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일지매’ ‘바람의 화원’ ‘동이’ ‘구미호:여우누이뎐’ ‘해를 품은 달’ ‘비밀의 문’ 등 다수의 사극 작품에 출연하며 만들어온 연기 노하우가 ‘구르미 그린 달빛’에 농축돼있다.
김유정이 연기한 홍라온은 퓨전 사극의 전형적인 콘셉트 중 하나인 남장 여자다. 그럼에도 김유정표 남장여자가 특별했던 이유는 김유정 소녀와 여성스러움이 공존하는 분위기에 있다. 상냥하지만은 않은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남장여자 홍라온 캐릭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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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르미 그린 달빛’은 김유정을 재발견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연기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로맨스적으로는 소녀가 아닌 여인이 돼 있었고, 코믹적으로 애드리브인지 대본에 충실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유연했다. 왕세자 이영(박보검)과의 아옹다옹한 케미는 김유정 특유의 장난기 많은 모습으로 극대화됐고 이별할 수밖에 없는 여인의 감성은 큰 눈망울과 어우러져 아련하기만 했다. 또 방송 첫 회에 등장한 조선판 연애 상담사의 면모는 본 적 없던 김유정의 능청스러움이었다.
이 소녀가 어디까지 성장하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갈지 궁금하다. 그 정도로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나아갈 튼튼한 초석을 마련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