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법도 아니다?

입력 2016-10-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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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7월 오물들 사이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방치된 생후 3개월 시베리아허스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2 지난 9월 대구에서 주인에게 폭행을 당해 강아지가 양쪽 눈이 실명된 사건이 발생했다. ■3 전북 익산에서 이웃주민에게 취식 당한 반려견 올드잉글리쉬쉽독.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부산피부미인 제공

■ 제대로 보호 못 받는 반려동물들

동물학대, 미국선 최고 징역 10년
국내선 실형 드물고 대부분 벌금
법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 많아


# 외국사례

지난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강아지를 트럭 뒤에 매단 채 1.5km를 빠른 속도로 주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해 개는 다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등 끔찍한 부상을 입었지만 동물구호요원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항소 법원은 가해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했다.


# 국내사례

지난달 대구에서 반려견이 주인에 의해 잔인할 정도로 학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강아지는 양쪽 눈이 실명되고 왼쪽 골반뼈 골절, 꼬리뼈 골절을 입었다. 동물보호단체 신고로 구조된 이 강아지는 동물보호법 현행법상 3일간 격리 후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인은 동물보호단체의 민원으로 소유권 포기각서를 쓰는 것 외에 어떠한 법적 처벌이 없었다.

국내 반려동물들이 법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2일 전북 익산에서는 10년 간 키운 올드잉글리쉬쉽독이 이웃 주민들 손에 불 태워져 개고기로 먹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용의자 4명은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경남 김해에서는 한 남성이 진돗개의 꼬리를 잡아 내팽개치고 목을 조르는 사진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동물학대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생명존중’ 인식이 부족한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물학대 범죄 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접수건수는 2012년 156건에서 2015년 291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검거 인원도 2012년 138명이었던 것에 비해 210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강력히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정당한 이유없이 개와 고양이 등 척추동물을 죽이거나 폭력으로 고통과 괴로움을 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영국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해 최고 1년의 징역과 4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최근 미국 FBI에서도 동물관련 범죄를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서 시행되는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법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고의로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이 명시돼 있지만 동물학대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대부분 낮은 벌금형으로 마무리된다.



● 학대받는 동물 구하면 절도죄?

또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기준이 모호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오랜 시간 동물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 굶어죽기 직전에 이르더라도 동물이 죽기 전까지는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또 ‘악마 에쿠스’ 사건처럼 차에 강아지를 매달고 시속 80km로 달렸지만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해 무혐의 판결이 내려진 경우도 있다. 실제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2015년 동물학대 신고건수는 291건이지만 실제 기소된 사건은 115건에 불과해 절반에도 이르지 않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동물학대 판결을 내릴 경우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혐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판결되는 처벌의 수위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5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산업 또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지만 동물들에 대한 생명존중 문화의식은 그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측에 따르면 “국내에 동물보호법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위법 인식이 없는 범죄의 경우 처벌을 강화하면 동물 보호법 인식 계기가 되고 또 학대되는 동물을 구했을 시 절도죄 적용이 되는 현행법상의 한계를 개선해 누구든 학대되는 동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드잉글리쉬쉽독 피해가족은 “현재 국내 동물보호법에는 동물들을 무생물과 같은 개인사유재산으로 구분해 학대받더라도 타인이 구하지 못한다”며 “가족 같은 한 생명이 죽었는데 경제적 가치만 따지는 법은 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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