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LG 양상문 감독이 21일부터 플레이오프에서 자웅을 겨룬다. 중학생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이어온 둘의 인연. 이번엔 과연 어떤 달이 가을밤을 환하게 비출까. 스포츠동아DB
● 까까머리 배터리에서 감독으로 이어진 인연
김 감독과 양 감독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부산 동성중에서 선후배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김 감독이 공주고, 양 감독이 부산고에 진학하며 잠시 떨어졌지만, 고려대에서 배터리(투수+포수)로 재회하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이뿐 아니다. 프로에 진출한 이후에도 김 감독(OB)과 양 감독(롯데)은 1990년 태평양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어려움도 많았고, 고비도 많았지만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묵묵히 야구쟁이의 길을 걸어왔다.
오랜 인연 덕분일까. 김 감독과 양 감독의 야구스타일도 닮아있다. 특히 지도자로서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면, 자신이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밀고 가는 추진력이 그랬다. 김 감독이 확실한 팀 컬러를 가지고 두산에 이어 신생팀 NC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은 것처럼, 양 감독도 롯데의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LG를 부임한 이후 3년 동안 2번이나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 김 감독-양 감독 서로를 칭찬하는 훈훈한 우정
김 감독은 올 시즌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던 LG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양 감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이 팀을 잘 이끌었다.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LG가 저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김 감독님은 항상 이렇게 팀을 이끌지 않으셨는가”라며 오히려 김 감독의 지도자 스타일을 높이 샀다.
이처럼 김 감독과 양 감독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강산이 바뀌어도 4번은 바뀌었을 세월이 쌓은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PO라는 운명의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야했지만, 어느새 닮아버린 두 ‘달 감독’이 PO에서 어떤 명승부를 연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