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하윤 “연습생만 12년, AOA로 데뷔할 뻔도 했어요”

입력 2016-10-27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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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윤, 사진=TSM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연습생도 연습기간에 따른 계급이 있다면, 설하윤은 못해도 영관급은 됐을 것이다.

실제 설하윤이 걸그룹 데뷔를 위해 준비해온 시간은 무려 12년으로, 웬만한 걸그룹 멤버 전원의 연습기간을 합한 수준이다.

재미있는 건 그 오랜 시간동안 연습생 생활을 보낸 설하윤이 선택한 목적지는 걸그룹이 아닌 트로트 가수라는 것이다. 설하윤은 지난달 27일 데뷔 싱글 ‘신고할꺼야’를 발매하고 또 한명의 젊은 트로트 가수의 탄생을 알렸다.

걸그룹이든 트로트 가수든 ‘가수 데뷔’라는 꿈을 이룬 건 마찬가지라고는 하지만,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며 걸어가던 길을 선회해 다른 목적지에 도착한 건 제3자의 입장에서 의외라고 느껴질 만하다.

동아닷컴과 인터뷰에 나선 설하윤은 연습생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그려나갈 그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먼저 1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곤 하지만, 특정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그전엔 SM엔터테인먼트와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보컬과 안무 트레이닝을 받아왔다.

설하윤은 “SM아카데미와 큐브 아카데미를 거쳐서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려 다녔다. 그러다가 연습생으로 들어간 곳이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였다. 내가 젤리피쉬 1호 연습생이다. 내가 처음으로 연습생이 됐고 그 뒤로 여자 3명, 남자 3명 정도가 더 연습생으로 들어왔다. 그때 젤리피쉬가 걸그룹과 보이그룹 중 어떤 팀을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보이그룹을 런칭하기로 결정했고 빅스가 데뷔를 했다”라고 첫 번째 데뷔 무산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설하윤, 사진=TSM 엔터테인먼트


첫 단추가 잘못 꿰져서 였을까. 그 이후 설하윤은 이상하리만치 잦은 데뷔 무산을 겪어야했다.

설하윤은 “그다음에 연습생으로 있던 곳은 새로운 걸그룹을 준비 중인 연기자 회사였는데, 몇 번이나 데뷔가 연기되고 무산되고 하다가 아예 회사 자체가 없어져버렸다. 게다가 그때 계약이 남아있어서 풀릴 때까지 카페, PC방, 피팅 모델 등의 알바를 하면서 지냈다”며 “이후 다시 신생 기획사에 들어갔다가 데뷔가 무산돼 나오고를 몇 번 반복했다”라고 힘든 시기를 보냈음을 밝혔다.

그중에는 아까운 기회도 있었다. 설하윤은 “정식으로 들어간 건 아니지만 몬스타엑스의 수호와 친분이 있어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갈 뻔 했던 적이 있고, FNC엔터테인먼트의 신인개발팀에 아는 분이 계셔서 거기와 계약할 뻔 한 적도 있었다”라며 “그때 FNC가 AOA를 준비 중이었는데, 들어갔으면 AOA로 데뷔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는 추억이 됐지만, 그 당시 설하윤에게 거듭되는 데뷔 무산은 당연히 큰 고통과 좌절을 안겼다.

설하윤은 “‘곧 데뷔 한다’라는 희망고문이 더 힘이 들더라. 데뷔직전에 무산돼서 무너지고 하는 걸 많이 겪었다. 그러다보니 그때는 항상 표정이 어둡고 근심이 많았다. 예전부터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지금 얼굴 표정이 좋아졌다고 한다”라고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음을 털어놓았다.

그간의 좌절과 고통을 한방에 치료해준 건 역시 ‘데뷔’다.

설하윤은 “(데뷔전에는)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방송은 내가 꿈꿔온 무대였다. ‘뮤직뱅크’나 ‘인기가요’, ‘음악중심’ 이런 프로그램을 연습생때는 일부러 안 봤다. 보면 눈물이 날 거 같아서. 내 안의 그런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대 위에서 카메라를 보니 전율이 돋았다. 연습생때도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이제는 내가 주인공이 돼, 내 무대를 한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지더라”라고 누구보다 뿌듯했던 데뷔 무대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더쇼’와 ‘쇼챔피언’, ‘엠카운트다운’, ‘인기가요’를 나갔는데, 정말 신나고 재밌었다. 연습생때는 근심, 걱정만 가득해서 잠도 못 잤는데, 요즘에는 꿈을 이뤄서 피곤해도 행복하다. 바쁜 게 행복하다. 스케줄이 잡혀있고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라고 진심어린 데뷔 심경을 덧붙였다.

설하윤, 사진=TSM 엔터테인먼트


오랫동안 염원하던 데뷔의 기쁨은 알겠지만, 여전히 ‘왜 갑자기 트로트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먼저 설하윤은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겪은 숱한 좌절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설하윤은 “어려서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그랬다. 그때부터 계속 한길만 생각했던 거 같다. 다른 일을 해도 이 전율을 못 느낄 거 같았다. 처음부터 다른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몸과 가슴에 가수의 꿈이 계속 있었다”라고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즉 애초부터 설하윤은 걸그룹이 아닌 가수가 되고 싶었던 셈으로, 이것이 다시 트로트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설하윤은 “나는 지금 이게 내 것 같고, 내가 즐길 수 있는 노래 같다. 아이돌은 보여줄 수 있는 게 한정적이지 않나. 트로트는 보여줄 기회가 많아서 좋은 거 같다”라고 보다 많은 무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트로트의 매력을 설파했다.

또,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설하윤은 지금 돌이켜보면 어려서부터 트로트에 자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설하윤은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노래를 시키면 ‘어머나’를 부른 기억이 있다. 그때 나도 몰랐던 뽕끼가 있더라. 또 올해 1월에 계약을 해서 8개월 동안 트로트를 배웠는데, 작곡가님이 굉장히 뽕기가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심수봉 선생님과 이미자 선생님 노래를 많이 배웠다. 부르다보니 심수봉 선생님 스타일이 나와 맞더라”라고 트로트 기질을 타고 났다고 강조했다.

설하윤, 사진=TSM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보낸 시간을 보면 멀리 돌아왔지만, 트로트 가수로 보면 빠르게 직행하고 있는 설하윤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설하윤인 만큼, 이제는 트로트 가수로서의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설하윤은 “난 일단 털털하고 또 따끈따끈한 신인의 열정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손녀딸처럼 잘 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나의 상큼함과 청순미, 섹시함과 노래와 춤이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함으로 젊은 친구들에게도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다양한 모습 많이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국민 트로트를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심지어 설하윤은 이 ‘국민 트로트 가수’를 위한 플랜까지도 이미 세워둔 상태였다.

설하윤은 “우선 국내 행사를 다 돌고 싶다. 행사란 행사는 전국을 다 돌고 싶다. 그래서 그다음은 예능을 다 섭렵하는 거다. 내가 운동을 또 잘해서 몸으로 하는 예능에 자신 있다. 그렇게 예능 블루칩이 되고, 그때 또 새로운 기회가 온다면 해외에서 알려졌으면 좋겠다. 중국이나 태국에도 트로트가 인기가 많더라. 마지막으론 앨범도 꾸준히 내고 나라는 가수를 오래오래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설하윤의 데뷔곡 ‘신고할꺼야’는 ‘국민 트로트 가수 설하윤’을 향한 첫 발걸음인 셈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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