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태군-박민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NC 김태군(27)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두산 양의지(29)와 포수전쟁을 하고 있다. 단기전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지만, 승패를 떠나 김태군에게는 이 시간이 귀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양의지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다. 큰 경기에서 그의 능력은 더욱 빛을 보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도 과감한 볼배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고 있다. KS 1차전 더스틴 니퍼트와 환상의 호흡을 맞췄을 뿐 아니라 KS 2차전, KS 3차전에서는 손에 물집이 잡힌 장원준과 경기 초반 흔들리던 마이클 보우덴을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김태군은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다. 그는 “정규시즌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양)의지 형한테 가서 물어본다. 그러면 (양)의지 형이 잘 알려 준다”며 “지난해 PO 때 (양)의지 형이 하는 리드를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KS에서도 양의지의 볼배합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특히 KS 1차전 7회 2사 1·3루서 이호준을 상대로 슬라이더 5개나 사인을 낸 것에 대해 “역시 대단했다. 남다르다고 생각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태군뿐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NC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박민우(23)도 두산 국가대표 내야수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학습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례로 KS 2차전 4회 1사 만루서 양의지의 타구가 2루수와 중견수 사이에 높게 뜨자 박민우는 마치 자신이 잡을 것처럼 글러브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타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생각보다 멀리 가 중견수인 김성욱 앞에 뚝 떨어졌다. 알고 보니 타구가 이미 자신 머리 뒤로 넘어간 것을 알고 페이크 동작을 하며 3루주자를 묶어두려고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NC는 실점했지만, 2실점 할 대목에서 1실점으로 막은 박민우의 센스가 넘치는 플레이였다. 그는 “시즌 도중 (오)재원이 형이 (최)정이 형(2016년 5월 12일 문학)을 페이크동작으로 속인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때 생각이 나서 응용했다”고 귀띔했다.
NC는 김경문 감독을 필두로 빠르게 KBO리그에 자리매김했다. 성장속도가 빠르다. 2014년 준PO, 2015년 PO, 올해는 KS까지 매년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신생팀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다. 다행히 3년 연속 경험한 ‘가을야구’가 팀의 좋은 성장밑거름이 되고 있다. 선수들의 의지도 강하다. 아무리 상대팀이라고 해도 좋은 점이 있으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군에 진입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음에도 어느새 강팀 반열에 오른 비결도 여기에 있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