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할리우드 액션’은 팬을 속이는 행위

입력 2016-11-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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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형법상 사기죄로 보기 어렵지만
정정당당 스포츠 정신에 위배돼


2018년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대망의 결승전!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던 우리나라는 결정력 부족으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PK)을 내줘 0-1로 패하고 말았다. 너무도 아쉬운 준우승! 그런데 그 PK 선언은 오심이었다. 드리블을 하던 러시아 선수가 한 다이빙에 심판이 속은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아마도 억울함을 넘어 상대 선수를 처벌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축구에선 이런 상황을 ‘시뮬레이션 액션’, ‘할리우드 액션’ 등으로 부른다. 속칭으로는 ‘다이빙’이라고도 한다. 농구에선 플라핑(flopping) 파울이라고 한다. 플라핑은 ‘털썩 쓰러지다’, ‘바람에 펄럭이다’라는 뜻이다. 즉, 특별한 신체접촉이 없는데도 과장된 동작으로 파울을 얻어내려는 기만적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이 되는 행위일까.


● 사기죄가 성립할까?

‘저거 사기 아냐?’ ‘심판에게 사기 친 거다.’ 실제 경기에서 일어난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네티즌들 대부분은 ‘사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법률적으로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심판을 속여 PK를 얻어낸 행위를 일반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기죄와 같이 평가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액션을 심판을 속인 행위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또 우승을 통해 명성을 얻고, 나라에서 포상금을 받고, 광고에 출연해 모델료를 받는 등 결과적으로 재산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간접적 이익에 불과하다. 실제로 실현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오히려 잘못된 행위에 대해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할리우드 액션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정된 사기죄로 평가하기 어렵다.


● 업무방해죄는 어떨까?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여기에서 ‘위계’란 상대방의 착오나 부지(不知)를 이용하는 행위다. 사람을 속이는 경우뿐만 아니라 유혹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과장된 행동으로 심판을 속여 PK를 얻어냄으로써 ‘공정한 경기의 진행’이라는 심판의 업무를 방해한 것 아닐까. 언뜻 보기에는 업무방해죄가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PK 선언에는 선수의 과장된 몸짓 이외에 심판의 잘못된 판단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의 모든 과장된 몸짓에 대해 심판이 파울을 선언하는 것은 아니다. 파울인지 할리우드 액션인지를 제대로 판단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심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면 할리우드 액션을 적발해 그 선수에게 경고를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심판의 오판으로 파울이 선언된 것이므로, ‘심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전혀 처벌되지 않는 것일까?

형사적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징계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엄격한 징계를 하고 있다. 경기 중 적발된 경우에는 경고를 주기도 하고, 사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자체 벌금 등으로 징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액션은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의 기본이념에 반한다. 심판만을 속이는 행위가 아니라, 관중과 팬을 속이는 행위다. 형사벌이나 징계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떠나 선수로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것이다.


● Lionel Messi Never Dives!

축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의 스포츠시장인 미국에선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과 비교해 그 인기가 떨어진다. 일부에선 그 이유 중 하나로 할리우드 액션을 들기도 한다. 할리우드 액션 하나로 승부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의 기본정신에 반한다는 것이다.

‘수비수가 나를 멈추려고 하든 말든 나는 언제나 골을 원하기에 넘어져 있을 시간이 없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말이다. 괜히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게 아닌 것 같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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