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뮤지컬, 조정석·주원처럼 잘생겨야 하는 줄”

입력 2016-11-18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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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뮤지컬, 조정석·주원처럼 잘생겨야 하는 줄”

콘서트 같은 2시간 20분이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활력소 역할을 하는 롤라, 여장하는 남자 롤라를 연기한 배우 강홍석은 인터미션 20분마저 짙은 화장과 의상 교체로 시간을 보냈고, 막이 내려간 후에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아름다운 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성공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강홍석은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정한 나를 찾는 여장 남자 롤라로 분해 눈과 귀가 즐거운 쇼뮤지컬의 정석을 선보였다.

“‘킹키부츠’가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남자가 여장하는 설정은 대중적이지 않지만 남녀노소 편안하게 봐주길 바라죠. 또 기회가 온다면 저는 무조건 합니다. 아니 20년, 30년 쭉 하고 싶어요. 평생해도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사진제공=뮤지컬 ‘킹키부츠‘ CJ E&M


지난 9월 결혼한 강홍석은 롤라를 연기하면서 여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내가 외출 전 치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알게 됐다. 강홍석은 “여장, 정말 즐겼다”며 “처음으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여자들이 왜 외모를 가꾸는지, 왜 하이힐을 신는지, 왜 눈 화장에 집착하는지도 알겠고 아내에게도 꾸밀 시간을 더 많이 줬다”고 말했다.

“외적으로는 롤라가 굉장히 화려하죠. 하지만 롤라를 연기하는 저는 내적 아름다움을 더 많이 고민했어요. 롤라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는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특히 롤라가 상대방을 대하는 진심이 관객에게 느껴지길 바랐죠. 초연과 달리 재연에선 더 섹시해지고 싶었어요. 초연 때 다이어트만 했다면 이번에는 몸매 라인을 살리려고 복근, 팔, 가슴 근육 운동을 많이 했죠. 아, 가슴 운동은 했어도 여장 때문에 가슴 뽕을 넣었어요. (웃음)”

특히 ‘킹키부츠’는 강홍석에게 유독 의미 있는 작품이다.

우선 강홍석은 ‘킹키부츠’ 공연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의 소개로 만난 강홍석과 아내는 만난지 20일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강홍석은 그룹 JYJ 김준수와 가족이 됐다. 아내가 김준수의 사촌 동생이기 때문.

“음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하고 제 직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어요. 저는 보기와 달리 여자와 1시간 이상 말을 잘 못하거든요. 여배우들과도 말을 잘 안 해요. 그런데 아내와는 만나자마자 3시간 30분을 계속 대화했어요. 신기한 게 결혼하고 가장이 돼보니까 책임감? ‘고기반찬 먹으려면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또 강홍석은 ‘킹키부츠’로 첫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런 강홍석 프로필에서 독특한 이력을 발견했다. 무대에서 매체(방송, 영화)로 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강홍석은 2008년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후 무대로 향한 것. 그리고 그는 여전히 매체 진출을 ‘매우’ 희망하고 있었다.

“당시 소지섭 쪽에 있는 막내 깡패 역할로 데뷔했었어요. 오우~ 방송에 출연하고 싶죠.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는 원래 매체 쪽을 준비해 왔던 지망생이었거든요. 뮤지컬은 선배 권유로 시작한 거고요. 당시 저는 뮤지컬은 주원, 조정석 같은 훈남들만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알고 있었어요. 세 번 거절 끝에 ‘스트릿 라이프’(2011)로 데뷔했죠.”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음악 듣기를 즐기는 어머니 덕분에 강홍석은 동요보단 팝가수 마이클잭슨의 노래를 들으면서 성장했다. 그가 클래식 뮤지컬이 아닌 대세인 팝뮤지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가 당장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이유 역시 음악 때문이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음악. 대극장은 관객과 거리가 멀다보니 직접 감정 전달이 어려워요. 음악에 대사를 얻는 매력이 있죠.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저는 팝, 힙합, 쿠바, 아프리카 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또 연기를 해야만 체증이 풀리는 사람이거든요. 뮤지컬은 연기에 음악까지 더한 문화잖아요.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우선순위는 뮤지컬이 먼저죠. 뮤지컬계에서 제 이름을 제대로 새긴 후 고려할 부분인 거 같아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강홍석은 ‘킹키부츠’ 이후 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준비 중이다. 그는 “나는 평생 무대를 사랑할 거다. 무대는 나와 최적화돼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내년 뮤지컬 라인업을 보니까 많이 줄었더라고요. 안타까워요. 티켓 값 비싼 건 저도 알죠. 하지만 저를 포함해 뮤지컬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관객을 만날 겁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강홍석 개인으로는 제가 어떤 배우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에요. 현재로썬 제가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 제가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의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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