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의 ‘만화배구’, 전원이 세터다

입력 2016-11-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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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천안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코트에서 뛰는 모든 선수가 토스를 올릴 수 있는 배구를 상상한다. ‘토스는 세터가 한다’는 고정관념에 정면 도전하는 발상이다. 꿈은 실천하는 자의 몫이다. 꾸준한 시도가 집권 2년차인 2016~2017시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전은 최고의 흥행카드인 ‘V클래식’이었다. 경기 외적 긴장감을 느끼는 환경 속에서 현대캐피탈은 예상을 깨고 세트스코어 3-0(25-20 25-23 25-21) 완승을 거뒀다. 매 세트, 시작은 삼성화재가 앞서나갔지만 현대캐피탈이 중반 이후 뒤집었다. 그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의 현란한 ‘만화배구’가 있었다. 주 공격수 문성민과 센터 신영석은 1~2세트 결정적 순간에 공격이 아니라 토스로 득점에 기여했다.

최 감독은 삼성화재전을 맞아 사이드 공격이 가능한 최민호와 신영석을 센터로만 고정하고, 계속 불안함을 노출했음에도 레프트 박주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선수들의 대처능력은 가변적이었다. 외국인선수에게 팀의 명운을 맡기지 않고 토종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최 감독의 생각이 선수들에게 침투한 것이다. 세터 노재욱은 플레이어 전원의 공격점유율을 30% 초반 이하로 낮추는 토스워크를 보여줬다.

라이트 문성민의 공격성공률은 77.77%(21득점)에 달했다. 외국인 레프트 톤도 73.68%(15득점)의 공격성공률을 찍었다.

반면 삼성화재는 외국인공격수 타이스(28득점) 의존도가 극심했다. 타이스 다음 다득점 선수가 센터 김규민의 7득점일 정도로 공격 지원이 부실했다. 타이스는 서브마저도 범실을 남발하는 등 실책을 9개나 저질렀다. 타이스는 현대캐피탈의 서브 폭탄에 리시브마저 흔들리며 자제력을 잃었다. 타이스가 묶이자 삼성화재는 답이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V클래식’으로 명명된 이번 시즌부터 삼성화재전 2연승을 거뒀다. 7승(3패)째를 거두며 승점 18점으로 1위 대한항공에 승점 2, 2위 한국전력에 승점 1 차이로 따라붙었다. 반면 4위 삼성화재는 승점 15(4승6패)에서 멈췄다.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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