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 2500만년 세월 품은 시베리아의 진주

입력 2016-1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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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맑고 투명하고, 그리고 가슴이 절로 후련해지는….’푸른 하늘, 코발트빛으로 얼어붙은 호수, 만년설이 산자락을 하얗게 물들인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겨울 바이칼 호수의 전경. 눈으로도 무공해 청정자연이 느껴진다. 사진제공|마중여행사

■ 시베리아 횡단철도여행에 도전하다 (하)

총 22개 섬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코발트빛 아름다움, 물밑 가시거리 최고 40.5m
호수안 가장 큰 섬 ‘알혼’, 그야말로 무공해지대

‘동토의 왕국’ 러시아의 하얀 대평원을 질주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기차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 여행에서 만나는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등 러시아의 과거와 오늘을 만날 수 있는 도시들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여정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코스를 꼽는다면 단연 바이칼호 투어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 여행의 매력을 소개하는 두 번째 순서, 러시아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바이칼호와 알혼섬 투어이다.


● 압도적인 크기와 역사, 투명한 물 지닌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 호수의 면적은 3만1500km². 남북 길이 636km, 최장 너비 79km, 최단 너비 27km이며 둘레는 2200km에 달한다. 바이칼 호수는 지리적으로 각종 기록을 갖고 있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다. 무려 2500만 년이란 나이를 자랑한다. 수심도 1742m로 세계에서 가장 깊다. 저수량 2만2000km³로 담수호 중에 가장 크다. 얼지않는 담수량으로 따지면 러시아 전체 90%이고 전 세계의 20%다.

엄청난 규모와 수량에도 불구하고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물밑 가시거리가 최고 40.5m나 된다. 호수에는 총 22개의 섬이 있는데, 이중 가장 큰 것이 길이 72km인 알혼 섬이다. 호수 안의 섬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바이칼 호수는 일명 ‘러시아의 갈라파고스’ 혹은 ‘시베리아의 진주’라고 도 불다. 워낙 역사가 오래됐고, 고립된 위치로 다른 지역과의 생물교류가 원활치 못하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특이한 담수생물군을 갖고 있다. 식물이 1080여 종, 동물은 1550여 종인데, 80% 이상이 이곳만 있는 고유종이다. 이곳의 유일한 포유류 바이칼바다표범이 가장 대표적이다.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겨울철에 열리는 얼음조각 축제. 사진제공|마중여행사



● 명물 오믈잡이 체험 인기

해발 1500∼2000m의 산들로 둘러싸인 호수 앞에 서면 ‘경이롭다’는 표현 밖에 나오지 않는 압도적인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낮은 지대에는 숲이 울창하고, 멀리 봉우리에는 만년설이 있고 깊은 물속이 투명하게 보이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탄성이 나온다. 겨울에는 하얀 겨울왕국으로 변해 고즈넉한 정취를 전해주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 알혼섬은 바이칼호 투어에 참여한 여행객이면 누구나 찾는 명소다. 면적 730km²이며 섬 안에 또 호수가 있다. 넓은 면적답게 알혼섬은 지형이 빼어나고 타이가와 스텝지대, 작은 사막이 어우러져 있다.

바이칼 호수에서 유일하게 흘러나가는 앙가라강은 길이가 약 1800km에 달한다. 평균 수온이 8도 정도로 차갑다. 강 입구에는 크기가 200m에 달하는 거대한 ‘샤먼바위’가 있다. 예전에는 죄인을 바위에 올려놓고 하루 밤 내내 방치한 뒤 생존하면 무죄를 선고했다는 일화가 있다. 바이칼호 투어에서 색다른 재미는 오믈잡이 체험이다. 바이칼호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인데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구워먹거나 부둣가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호수 부둣가에 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고, 잡은 오믈을 즉석에서 맥주와 함께 시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10여년전부터 시베리아 여행상품을 취급한 전문여행사 마중여행의 김창원 대표는 “바이칼 호수와 알혼섬 일대는 주변에 공장지대가 없어 청정자연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2월에는 일조량이 가장 좋아 믿기 힘들 정도로 깊은 수심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호수 위에서 바라보는 시원스런 풍경이 절경이다”고 소개했다.


● 한민족의 시원…우리와 닮은꼴 많은 부럇트족

바이칼 호수 지역은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으로 불린다. 호수와 몽골 주변에 흩어져 살던 부족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바이칼 호수의 반 이상을 둘러싼 부럇트 자치공화국과 이르쿠츠크주의 부럇트 자치구 등에는 원주민 부럇트족이 살고 있는데, 우리와 생김새가 많이 닮았다. 우리처럼 어린이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 부럇트족의 일파인 코리족은 먼 옛날 동쪽으로 이동해 만주 부여족의 조상이 되었고 이후 고구려의 원주민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술이나 음식을 먹기 전에 우리 고시래처럼 일부를 뿌리고, 어른 공경문화가 강한 점, 문지방을 밟는 것을 금기시하는 등 우리 문화와 닮은 점이 참 많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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