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FA 보상선수, 그 반전의 역사

입력 2016-11-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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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원석-LG 임정우-롯데 홍성민-SK 최승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삼성 라이온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구단들이 꼭 돈 문제만으로 참전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보상선수 뺏기기 싫어서”라는 얘기가 곧잘 들린다. KBO 규약에 따르면, FA를 획득한 구단은 ‘당해 FA의 직전 연도 연봉의 200% 및 20명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당해 FA의 직전 연도 연봉의 300%’을 FA를 빼앗긴 구단에 내놓도록 적시돼있다.

아주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FA를 뺏긴 구단들은 후자보다 전자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수몸값이 치솟는 시대에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1명 지명의 매력이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적 후 FA 못지않은 실적을 올린 보상선수도 없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보상선수를 간택하는 구단은 즉시전력과 미래전력 사이에서 번뇌를 거듭한다.


● 이원석은 가장 출세한 보상선수?

삼성과 4년 27억 FA 계약에 성공한 3루수 이원석(30)은 보상선수 출신이었다. 2008시즌을 마치고 롯데가 FA 홍성흔을 영입했을 때, 두산은 이원석을 보상선수로 간택했다. 이원석은 두산에서의 8시즌 동안 617경기에 출장해 481안타(타율 0.272) 50홈런 250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6시즌 후 FA를 선언해 삼성 주전 3루수를 사실상 확보했다.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두산은 군입대를 앞둔 포수 이흥련(27)을 택했다.

LG 마무리 임정우(25)도 2011시즌 후 보상선수로 SK에서 넘어와 인생이 바뀌었다. 임정우는 포수 조인성(현 한화)의 보상선수였다. 임정우는 2016시즌 28세이브(70.2이닝)를 성공시켰다. 이밖에 2012시즌 직후 김주찬 보상선수로 KIA에서 롯데로 넘어온 사이드암 홍성민(27)과 2015시즌 후 정상호 보상선수로 LG에서 SK로 넘어온 파워히터 최승준(28)도 알짜로 꼽힌다.

KIA 한승택-롯데 박한길-SK 조영우(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SK 와이번스



● 즉시전력에서 미래전력으로

초창기 FA에서는 아예 보상선수를 찍지 않고 현금만 받거나 즉시전력을 영입하는 것이 대세였다. LG 임훈은 SK 시절이던 2011시즌 직후 FA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롯데에 낙점됐다. 그런데 이후 롯데가 SK 출신 FA 정대현을 영입하자 SK는 다시 임훈을 보상선수로 찍었다. 사상 초유의 리턴픽이었다. 두산 출신 김승회도 2012시즌 후 FA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롯데에 갔다가 2015시즌 후에는 FA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다시 SK로 옮겼다.

그러나 갈수록 구단들은 21번째 선수가 아니라 미래 잠재력을 보고 보상선수를 뽑으려 하고 있다. 한화는 2013시즌 후 FA 이용규(KIA 보상선수 한승택 지명), 2014시즌 후 FA 권혁(삼성 보상선수 김민수 지명) 송은범(KIA 보상선수 임기영 지명), 2015시즌 후 FA 심수창(롯데 보상선수 박한길 지명) 정우람(SK 보상선수 조영우 지명) 등을 영입하며 신인 드래프트 상위픽이 멸종되다시피 됐다. 결국 한화는 2016시즌 후 FA 불참을 공개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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