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올겨울 KBO리그에서 가장 바쁜 스타플레이어는 누굴까. 타격 3관왕에 오르며 각종 대상을 휩쓴 최형우(33·KIA)? 15승 깜짝 활약으로 신인상을 독식한 신재영(27·넥센)? 이처럼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선수들 못지않게 겨울을 바삐 보내는 이가 하나 있다. 두산 좌완투수 유희관(30)이다.
유희관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믿음직한 선발자원이다. 2013년 10승을 시작으로 4년 연속 10승을 돌파하며 KBO리그에 ‘느림의 미학’을 전파했다. 올해 역시 15승을 거두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한 것은 물론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엔트리에도 포함돼 생애 첫 WBC 출전의 꿈도 키운 상태다.
성적만 준수한 것은 아니다. 유쾌한 입담과 몸짓은 그가 연말행사 초대 1순위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겨울 시상식에서도 유희관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그는 12일 한 방송사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오프닝 MC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는 말솜씨를 펼쳤다. 다음날인 13일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이날 투수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관객 자격으로 참석한 뒤 골든포토상을 수상해 한국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아이언맨 세리머니를 직접 재연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는 시상식을 넘어 방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희관은 최근 미국 괌으로 건너가 야구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골프대회 프로그램에 함께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오면 방송인 김제동이 진행하는 토크쇼에도 출연해 입담을 뽐낼 예정이다.
유쾌한 겨울을 나고 있는 유희관은 ‘비시즌 MVP’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팬들께서 사랑해주시니 그런 별명을 들으면 기분은 좋다. 그래도 내년에는 시즌 MVP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더 노력해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말에 끼를 발산하는 일도 좋지만, 푸짐한 상복까지 누려보고 싶다는 의지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상복을 향한 출발은 WBC 준비가 될 전망이다. 최종엔트리 승선 여부에 관계없이 새해부터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국내 혹은 해외 개인훈련을 통해 2017시즌의 닻을 올리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