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 선임 의미
과거와 달리 조용한 스토브리그
외국인투수 2명에 사활 걸린 2017시즌
비정상의 정상화는 과연 가능할까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스포츠동아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 담았다. 7회는 한화 담당 강산 기자가 이재국(차장), 김영준·이경호·홍재현·이명노·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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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억원 투자에도 9년째 가을야구 실패
강산(이하 산)=오늘은 LIVE톡 한화 편을 진행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이죠. 올 시즌 시작 전을 기준으로 한화는 내·외부 FA 4명과 외국인선수 3명에만 234억원을 투자하며 기대감을 잔뜩 키웠습니다.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성적은 7위였습니다. 퀵후크(3실점 이하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교체), 혹사 등 부정적인 단어들만 잔뜩 따라다녔습니다.
이경호(이하 호)=토니 라루사 감독이 1944년생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1942년생이죠. 두 분이 2살 차이인데요, 라루사 감독은 1980년대 후반 ‘라루사리즘’으로 통하는 불펜야구를 완성했어요. 1이닝 전문 마무리투수나 좌완 스페셜리스트, 다 이 때 라루사가 만든 겁니다. 지금 2016년입니다. 김 감독보다 두 살 어린 감독이 1980년대 설계한 현대 야구의 흐름을 올해 본인이 뒤흔들었죠.
산=김 감독은 도박야구를 완성했죠. 슬롯머신 당기듯 한두 명씩 당겨쓰다 그 패를 다 잃었습니다.
이재국(이하 국)=김 감독도 감독 첫해인 1984년 윤석환을 전문 마무리투수로 만들었죠. 물론 2~3이닝도 던진 마무리투수였지만…
호=그런 분이 2016시즌에 왜 이런 야구를 하셨는지…,시스템을 봤을 때 퇴보와 무리, 욕심 등의 키워드가 많이 떠오르죠.
고봉준(이하 봉)=최근 프로야구를 보면서 꼴찌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비난을 받은 팀이 있었나요?
산=2015시즌에는 꼴찌는 안 했다는 면죄부가 있었어요. 올해는 우승후보 평가까지 받았는데, 이 성적이면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죠. 그렇다면 투자 측면에선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명노(이하 노)=투자도 투자인데, 마구잡이식 운영이 문제라고 봐야죠.
김영준(이하 준)=과거 한화가 돈 안 쓰던 시절엔 안 쓴다고 욕을 먹었는데, 요즘에는 돈을 쓰고도 욕을 많이 먹는 듯합니다. 올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팀 연봉총액 1위로 올라서며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또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실망을 안겼죠.
호=물론 팀 전력이라는 게 있죠. 부상도 많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최대한 성적을 올리겠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너무 무리했죠.
홍재현(이하 홍)=부상이 많았다는 것은 핑계라고 봅니다. 오히려 부상을 유발하는 투수운용을 했죠. 야구를 잘하면 오히려 혹사당하게 되는 이상한 구조였습니다.
호=다음날 2군경기 선발등판하는 투수를 1군에 불러 불펜에서 100개씩 던지게 한 장면이 딱 올해 한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봅니다.
국=100개면 양호하죠. 200~300개, 심지어 400개씩 던진 투수도 있었는데요.
노=투자를 하면서 팜을 다 잃었어요. 베테랑 FA(프리에이전트) 영입하면서 젊은 유망주들이 떠났죠. 한화는 사실상 암흑기에 가장 가까운 팀입니다. 감독에게 전권을 준 결과로 앞으로 수년간 피눈물을 흘릴 겁니다.
홍=퓨처스리그도 하나의 리그인데, 선발등판할 투수가 없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1군의 실패뿐만 아니라 2군도 희망이 없어요. 앞으로 10년을 잃어버렸다는 게 가장 뼈아픕니다.
국=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현재도 현재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불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국=또 올해 한화를 설명하자면 퀵후크를 빼놓을 수 없어요. 다소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제 야구팬이라면 남녀노소 퀵후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선발이 없다고 했지만 외국인투수들도 그렇고 1~2회면 강판당하는데,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였죠. 불펜 필승조 권혁, 박정진, 송창식 등이 과부하로 이탈해 후반기 반등의 동력도 잃었고요.
노=원래 김 감독 야구가 불펜에 좋은 투수를 두고, 많은 이닝을 맡겼던 게 사실이지만, 한화에선 그 부분이 너무 부각됐어요.
호=외국인투수가 2회부터 불펜대기하다 9회까지 몸 풀고, 다음날 선발등판하는 경우도 있었죠. 과연 한화가 얼마나 좋은 선수들을 데려왔는지 궁금하네요. 여기서 좋은 선수는 팀에 필요한 선수인데, 과연 그랬는지…
홍=정우람도 나중에는 제대로 공을 못 던졌잖아요. 권혁과 송창식이 2년 연속 잘해줬죠.
산=권혁, 송창식, 장민재까지 3명은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적당히 써야죠.
홍=장민재가 고생했죠. 선발등판했을 때 성적이 좋았는데, 문제는 선발등판하고 이틀 뒤에 구원등판해 40~50개씩 던졌죠.
국=제가 볼 땐 1990년대 후반 쌍방울 시절에 그런 식의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여전히 그 시절에 매몰된 야구를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선수층이나 힘, 기량 등이 모두 달라졌죠. 144경기 체제에서 하루살이 같은 방식의 20년 전 야구로는 장기레이스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화 박종훈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의 동행
산=한화 구단에 LG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이 부임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단에선 김 감독에게 1군 감독 역할에만 충실하라고 했어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 감독을 봉쇄할 카드로 볼 수 있죠.
호=일단 1군 운영방식은 바뀔 수밖에 없어요. 박 단장은 사실상 KBO 제1호 GM입니다. 메이저리그 서열은 GM이 감독보다 위죠. 그렇게 관계설정을 한 이상 따라야죠. 영화 ‘머니볼’ 보면, 아트 하우 감독은 빌리 빈 단장이 권하는 1루수(스캇 해티버그) 끝까지 안 써요. 단장이 결국 주전 1루수(제이슨 지암비)를 트레이드 해버리죠.
국=박 단장이 부임하면서 선수단 운영에 대해선 전권을 가지고 움직이겠지만, 경기에 대해선 박 단장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구조죠. 김 감독은 2년간 매일 쏟아 붓는 야구를 했는데, 감독 계약 마지막해인 올해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아 걱정이죠.
호=1군 감독이 2군 선수 불러다가 불펜에서 200개씩 던지게는 못 하죠. 충돌보다 각자 영역에 충실하면 돼요.
홍=김 감독은 그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분이라 걱정이죠. 만약 코치들의 영역만 존중했으면 그렇게 팀을 떠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박 단장이 선임된 뒤에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신선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어요.
준=현재로선 박 단장이 부임하면서 소위 김성근 사단들이 대부분 나간 상황입니다.
산=그렇다면 박 단장의 합류로 변화를 기대할만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노=최대한의 견제. 제초제 뿌려서 잔디가 다 죽는 것은 막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호=비정상의 정상화죠. 그리고 독단이 아닌 시스템화.
산=‘김성근이 지나간 땅인데 풀 한포기는 남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겨요.
홍=김 감독은 한화가 잘되는 야구가 아니라 자신이 돋보이는 야구를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어떻게든 성적을 내려고 선수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것이 아닐까요. 그 부분을 박 단장이 잘 조율하는 게 관건입니다.
국=감독은 팀을 떠나면 그만입니다. 결국 단장이 중심을 잡고 팀의 현재와 미래를 잘 설계하고, 그 기둥을 세우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 적응 안 되는 조용한 오프시즌
산=이제 한화의 오프시즌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FA 등 외부 영입이 전혀 없습니다.
호=구단이 ‘스톱’하지 않았다면 차우찬이나 우규민을 잡아달라고 했겠죠. 투수는 무조건 뽑았을 듯합니다.
산=봉중근 영입해서 선발 썼을 수도 있죠. 그런데 정원이 꽉 차있어서 기존 선수 빼내고 새로 넣어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 고리를 끊어야죠.
노=감독에게 선수는 많을수록 좋지만, 너무 많아서 넘치는 상황이었죠.
산=남은 자원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육성파트 보강을 시작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김성래 코치를 2군 타격코치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육성분야 전문 코치는 집중적으로 영입하겠다고 하죠.
노=선수가 있어야 결과가 나오는데, 유망주들이 너무 많이 떠났어요.
산=김민수(삼성), 임기영(KIA), 조영우(SK), 박한길, 최영환(이상 롯데), 벌써 5명이네요.
준=육성 파트에 ‘김성근 라인’이 사라진 것은 긍정적입니다. 육성은 1군 감독과 분리돼야 해요.
홍=한화는 앞으로 계획을 잘 세워야할 것 같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구단을 어떻게 재건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고요.
준=육성 잘하는 구단은 자원을 놓고 1~2년 사이에 1군에 올라갈 선수인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선수인지, 아니면 군에 가야 할 선수의 시기를 고려해 그 공백을 메울 선수인지 등을 계산하죠. 과거와 달리 그런 부분에 신경 써야 합니다.
노=철학과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아요. 육성 잘하는 팀은 선수 입단할 때부터 봐요. 이 선수는 몇 년 안에 클 것이니 군대는 언제 가야하고, 2군에서 얼마나 뛰고 1군에 보내야 하고 등의 계획을 다 세우죠. 이제 시작인데 갈 길이 머네요.
산=2017시즌 한화의 가장 큰 전력보강 요소, 외국인투수 2명은 언제쯤 올까요.
호=그 외국인을 어떻게 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올해 파비오 카스티요 잘 썼으면 굉장히 위력적이었을 것 같은데요.
홍=그렇죠. 잘 데려오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죠.
국=선발 축을 만들지 않고 또 벌떼야구로 가면 올해도 후반기엔 희망이 없지 않겠습니까. 권혁, 송창식도 수술을 한 상태라 지난 2년처럼 물불 안 가리고 던지기도 어려울 테고요.
호=김 감독이 어떤 변화를 줄지, 의식이 있는지가 관건이죠. 제 생각에 김 감독은 호랑이 등에 탔어요. 멈출 수가 없어요. 그런데 채찍은 없어요. 그냥 붙잡고 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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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한화, 비정상의 정상화는 가능할까
노=한화에 빛은 없나요?
산=타선은 좋아요. 정근우~이용규의 테이블세터와 송광민~김태균~윌린 로사리오의 중심타선은 위력적입니다. 하주석이 올해만큼 해주면 하위타선에 큰 힘이 되겠죠.
홍=타선 자체는 훌륭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타격은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듯이 김 감독의 투수운용이 내년 시즌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봅니다.
국=일단 야수 쪽은 부상 없이 정상 가동되면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로사리오는 어느 정도 올해 검증이 돼 부상만 없으면 계산이 설 것 같고요. 결국 외국인투수 2명이 누구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봉=점수를 많이 내는 건 문제없는데, 그보다 더 많이 준다는 게 문제죠.
노=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두면 될 텐데요. 선발도 외국인 2명 잘 뽑고 이태양~윤규진~장민재 등 들어가면 나쁘지 않은 로테이션 아닌가요?
홍=좋다니까요. 불펜이 좀 약하긴 하지만요.
국=또 6~7점 뒤지고 있는데 포기하지 않겠다며 불펜 필승카드들 몽땅 투입하는 비효율적 야구로는 어쩌다 1~2승은 거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됩니다.
산=결국 보직파괴 없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올해도 크게 지다가 3점 이내로 추격하자마자 필승계투조를 투입하는 패턴을 자주 봤죠.
국=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김 감독이 지금까지 해오던 야구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야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년에도 비슷한 패턴의 야구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호=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감독 커리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올스타브레이크 이전에 1~3위 아니면 끝이에요.
홍=더 심해지겠죠.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성적 안 나면 안 되니 마구잡이식 선수운영이 계속될 것 같아요.
국=내년 한화는 초반 레이스가 아주 중요할 것 같아요. 만약 올해처럼 초반에 무너지면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죠. 올해부터는 2월1일에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니 오히려 지옥훈련 때문에 부상자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호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훈련일수가 부족해 초반부터 과도하게 더 몰아붙여서 부상자가 더 나올 수도 있어요. 결국 마운드가 관건이죠. 있는 자원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계산해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산=마지막으로 한줄평 부탁드립니다.
노=비정상과 정상의 충돌, 결판은 난다. 문제는 미래다.
호=일흔 넷 노 감독, 한국식 GM야구와 마주하다.
홍=노 감독이 변하지 않으면 한화의 2017년도 없다.
봉=‘김성근혜’에 지쳤던 2016년, 새해엔 ‘웃음후보’ 필요 없다.
국=이태양이 올해 수술 후유증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보여줬고, 결혼도 했으니 책임감을 갖고 선발로테이션의 진정한 축으로 거듭나면 좋겠네요.
산=2017년에 한화의 미래가 달렸다. 내년에 망가지면 회복불능 상태가 될 수도 있기에…
준=논란에서 벗어나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동되는 한화 야구를 기대합니다.
산=이상 대화를 종료합니다.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