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내부자들’ 5관왕…제53회 대종상 ‘대리수상’ 악몽 재현(ft.바쁜 김환희)

입력 2016-12-27 2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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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이 ‘참석’으로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끝나기 바랐던 ‘대리수상’의 악몽이 올해도 재현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주요 수상 후보로 선정된 배우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제53회 대종상 영화제가 27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지난해 대종상 사무국은 기자회견에서 “시상식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전원과 인기상 수상자 전원이 스케줄 문제를 이유로 불참하는 역풍을 맞았다. 당시 대종상은 주요 배우상뿐 아니라 신인감독상 미술상 의상상 촬영상 시나리오상 나눔화합상 등 과반수 ‘대리 수상’으로 끝을 맺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행의 위기까지 갔던 대종상은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며 여러번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개최에 임박해서야 일정 조율을 시작한 탓에 배우들 모시기(?)도 쉽지 않았다. 배우 대부분이 불참 의사를 전해왔고 남우주연상 후보 이병헌은 전날 밤이 되어서야 참석을 확정했다.

이날 신인감독상은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에게 돌아갔다. 조정래 감독과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은 최리는 ‘인천상륙작전’ 김희진과 함께 뉴 라이징상을 받았다. 다행히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나 했더니 신인남자배우상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편집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각종 수상 부문에서 대리수상이 이어졌다.

이날 신인남자배우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4등’ 정가람은 제주도 촬영 일정으로 불참했다. 정가람의 매니저가 대리수상했다. 신인여자배우상은 ‘곡성’ 김환희에게 안겼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환희는 “멋진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곡성’의 효진이 역할 만들어주신 나홍진 감독님과 연기 호흡을 맞춰준 선배들에게도 감사하다.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환희는 신인여자배우상뿐 아니라 ‘곡성’의 편집상과 조명상 촬영상을 대리 수상하는 등 MC도 민망해할 정도로 바쁘게 무대를 오갔다.

이에 김병찬 아나운서는 “김환희가 수상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니까 시청자들도 재방인지 어떤 상황인지 모를 것 같다. 그만큼 ‘곡성’이 오늘 대종상에서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대박이다”라고 말도 안 되는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곡성’은 신인여자배우상 촬영상 편집상 조명상 녹음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곡성’과 함께 5관왕에 빛나는 작품은 주요 수상 부문을 휩쓴 영화 ‘내부자들’이었다. ‘내부자들’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기획상 시나리오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먼저 이병헌은 남우주연상을 받고 “한 20년 전에 신인상으로 대종상 무대에 선 기억이 난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 무대 위에 서고 싶은, 명예로운 시상식이었다.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여한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은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이 기쁨보다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대종상이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이라며 “50여년의 긴 시간동안 그 명예를 찾는 데까지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불명예스럽게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병헌은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지 모르지만 변화라는 것은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노력하는 순간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언젠가 후배들이 20년 전에 설레고 영광스러운 마음과 똑같은 기분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종상을 만들 때 선배들이 그러했듯 이제 우리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소신 발언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내부자들’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시나리오상을 받고 “개봉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감독이 신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내가 무당도 아니고 신기는 없다”면서 “원작자 윤태호 작가의 뛰어난 시나리오 덕분이다. 감사하다. 부족한 글을 멋지게 채워준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 감독은 감독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돼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존경하는 김지운 나홍진 허진호 감독님과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까지 주셔서 송구한 마음”이라며 “‘내부자들’은 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전작들이 흥행으로도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내부자들’을 작업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출연 배우들과 ‘내부자들’ 스태프 관계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53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작>

▲ 최우수작품상=‘내부자들’ 우민호
▲ 감독상=‘내부자들’ 우민호
▲ 시나리오상=‘내부자들’ 우민호
▲ 남우주연상=‘내부자들’ 이병헌
▲ 여우주연상=‘덕혜옹주’ 손예진
▲ 남우조연상=‘밀정’ 엄태구
▲ 여우조연상=‘덕혜옹주’ 라미란
▲ 인기상=‘인천상륙작전’ 이범수
▲ 신인남자배우상=‘4등’ 정가람
▲ 신인여자배우상=‘곡성(哭聲)’ 김환희
▲ 신인감독상=‘귀향’ 조정래
▲ 촬영상=‘곡성(哭聲)’ 홍경표
▲ 편집상=‘곡성(哭聲)’ 김선민
▲ 조명상=‘곡성(哭聲)’ 김창호
▲ 음악상=‘덕혜옹주’ 최용락 외 1명
▲ 의상상=‘덕혜옹주’ 권유진 외 1명
▲ 미술상=‘밀정’ 조화성
▲ 기술상=‘대호’ 조용석 외 4명
▲ 기획상=‘내부자들’ 김원국
▲ 녹음상=‘곡성(哭聲)’ 김신용 외 1명
▲ 뉴 라이징상=‘인천상륙작전’ 김희진 ‘귀향’ 최리 수상
▲ 시나리오상=‘내부자들’ 우민호
▲ 영화발전공로상=윤삼육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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