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의 혼돈, 대한배구협회는 어디로?

입력 2016-12-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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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구협회 서병문 회장. 스포츠동아DB

대한배구협회 서병문(72) 회장의 불신임이 29일 가결됐다. 탄핵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탄핵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탄핵 이후 대한배구협회를 기다리는 것은 혼돈이다.

임시 대의원총회 직후, 서 회장과 연락이 닿았다. 서 회장은 “그랬나? 못 들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총회에 나타나 소명하지 않은데 대해선 “(회장은) 참석 못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탄핵 가결에 대해 서 회장은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반응했다.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 회장은 “변호사와 의논했다. 가결무효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다. 정식재판을 통해서 그래도 잘못했다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제 배구인의 일을 배구인들의 합의로 결정할 단계를 넘어간 것이다.

서 회장은 “(탄핵 사유로) 임원들을 잘못 뽑았다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내놔라.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탄핵을 시킨 근거가 잘못됐으니 결과도 무효라는 논리다.

이에 맞서 탄핵을 주도한 측은 가결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협회 행정공백을 메우기 위한 명목으로 제주시배구협회 홍병익 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 경기도배구협회의 박용규 회장을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임시 집행부를 발표했다.

협회정관에 따르면, 새 회장 선거를 60일 이내에 개최해야 한다. 서 회장은 직무정지 상태가 된다. 배구계에서는 “법리다툼이 되면 최소 1년은 걸린다”고 보고 있다. 여기다 새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도 순탄할지 알 수 없다.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올드보이들의 귀환’을 예견하는 우려도 들린다. 탄핵 자체의 순수성도 담보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배구계에서는 “대한배구협회가 구조적 빚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은 외면하고 파벌끼리 권력 투쟁만 벌이고 있다”는 한탄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빠져들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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