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기자들이 영화에 나온 이유…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입력 2017-01-04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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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목적으로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닙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투쟁도 안 했겠죠. 단지 공정보도를 하기 위해 싸우고자 했을 뿐입니다.”

현실이 영화를 이긴다는 시점에, 현실을 고스란히 안고 온 영화가 있다.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다. 3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김진혁 감독을 비롯해 최승호, 노정면, 조승호 기자가 참석했다. “우리 영화의 주인공들”이라며 억지로 밝게 시작했지만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은 분위기가 결코 밝을 수 없었다. 참석한 이들은 하나 같이 ‘공정보도’에 대한 중요성과 현시대의 무너진 언론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재임 이후 언론장악을 위해 일명 ‘낙하산 사장’을 YTN, MBC 등에 세우면서 소속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위해 싸우고, 또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대안언론인 ‘뉴스타파’ 출범 당시 해직된 기자들의 제작 의지도 있었고 언론노조도 제안을 한 바 있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2년 전에 제작을 시작해 이렇게 시사회까지 오게 됐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언론사들이 진실을 파헤치고 있고 저널리즘의 승리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하지만 진짜 저널리즘의 승리가 되려면 이 기자들을 내쫓은 배후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되풀이가 되지 않도록 언론사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저널리즘이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2008년 이병박 정권의 특보출신인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선임되며 시작된다. YTN과 MBC가 새 정권이 취임하며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부가 각 방송국의 사장을 교체하고 이로 인해 기자, 아나운서들이 공정보도를 위해 투쟁하는 7년의 시간을 110분에 담아냈다.

메가폰을 잡은 김진혁 감독은 “스토리텔러로서, 어떤 분을 많이 넣고, 다른 분을 덜 넣어야 하는 것이 좀 괴로웠다. 각각의 이야기가 마음의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에 시작된 정부의 언론장악이라는 큰 맥락을 잡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을 했다”라고 말했다.

장면 중에는 김 감독이 직접 찍은 장면도 있지만, 과거 YTN, MBC 노조에서 기록을 위해 찍어둔 영상들도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금 해직된 기자들의 근황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분들이 펼친 장기간의 싸움이 호소력이 짙다고 생각했다”며 “편집본의 결이 제각각 이겠지만 (관객들이)언론인들의 절규를 옆에서 보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MBC 전 PD이자 현재 뉴스타파 앵커인 최승호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기사나 프로그램으로 내고 싶지만 회사의 이익에 반하니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라며 “이것은 한 언론사의 기자들의 해고가 아닌 모든 언론들의 지위가 흔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언론이 권력에 의해 불안에 떨고 전락했다. 그 결과가 ‘세월호 사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당시, 취재 기자들은 브리핑을 한 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 브리핑 자체가 왜곡돼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났다. 또 관계자들이 준 보도자료대로만 방송을 내보내라고 하는 식이었다. 언론 전체가 전락한 셈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조승호 YTN해직기자는 “물결이 하류로 내려치는데, 물고기가 상류로 가려고 한다. 힘에 부쳐서 못 올라가고 있지만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게 해결책이 될까. 물결을 바꿔야 한다. 제도적인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당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우리도 힘들지만, 현직에 계신 분들이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언론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호 앵커 역시 언론이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수준에 이르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공영방송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떨어지며 대안언론이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 재산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잘 살리는 것이 국민의 이익이다. 공영방송이 기본만 잘 해도 언론 환경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본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아직 배급 여부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상황. 배급을 맡은 고영제 인디플로그 프로듀서는 “사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배급을 못하게 됐다는 전화를 몇 통 받았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도 정부의 말 한마디에 해고가 되는 마당에 영화 한 편 틀지 못하는 것은 가벼운 압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수십억의 마케팅 비용을 쏟고 예매율이 높더라도 어떤 이유를 돼서라도 상영은 막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저러한 이유로 개봉을 이 시기에 하게 됐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전에 결정됐다. 국정농단이 터진 이후 압력은 덜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우려는 남아있다. 뭔가 잘못됐을 경우, 책임 여부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 그래도 나는 배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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