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데이비슨. 스포츠동아 DB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바꿀 수 있어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KBO리그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홈런왕을 차지한 타자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사례가 5회에 그치는 데서도 그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팬들에게는 홈런왕 레이스야말로 가장 흥미진진한 개인 타이틀 경쟁이다.
지난 10년간 홈런왕 레이스는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다. 홈런 1위와 2위의 격차가 10개 이상이었던 시즌은 박병호(현 삼성 라이온즈·전 넥센 히어로즈·52개)가 강정호(전 넥센·40개)를 12개 차이로 따돌렸던 2014시즌이 마지막이다. 2016년에는 에릭 테임즈(전 NC 다이노스)와 최정(SSG 랜더스)이 나란히 40개의 아치를 그리며 공동 홈런왕으로 등극했고, 2018년 홈런왕 김재환(두산 베어스·44개)과 2위 제이미 로맥(전 SSG·43개)의 격차는 단 1개에 불과했다.
2020시즌에는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47개)가 로베르토 라모스(전 LG 트윈스·38개)를 비교적 여유 있게 제쳤지만, 2021년 홈런왕 최정(35개)과 2위 나성범(KIA 타이거즈·33개), 2023년 홈런왕 노시환(한화 이글스·31개)과 2위 최정(29개)의 격차는 불과 2개였다.
지난해 46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왕에 오른 맷 데이비슨(NC)은 그나마 편안하게 타이틀을 차지한 사례다. 8월까지는 2위 김도영(KIA·38개)과 격차가 4개로 크지 않았지만, 9월에만 무려 8개의 아치를 그리며 차이를 벌린 덕분에 빠르게 홈런왕을 확정하고 시즌 막판을 보낼 수 있었다.
데이비슨은 새해에도 유력한 홈런왕 후보다. 지난해 40홈런-40도루에 홈런 2개가 부족했던 김도영은 올해 데뷔 첫 40홈런으로 홈런왕까지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홈런왕을 경험해본 로하스, 최정, 노시환을 비롯해 명예회복을 벼르는 나성범, 지난해 생애 첫 30홈런을 날린 양석환(두산), 개인통산 263홈런을 기록 중인 리그 대표 거포 김재환 역시 잠재적인 홈런왕 후보다.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타자들의 자존심 싸움에도 시선이 쏠린다. 메이저리그(MLB)에서 3년 연속(2021~2023년) 20홈런 이상을 터트렸던 패트릭 위즈덤(KIA), 파워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루벤 카디네스(키움 히어로즈), 에스테반 플로리얼(한화) 등 장타자들을 향한 기대가 크다. 이들이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한다면 데이비슨과 흥미로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로하스, 오스틴 딘(LG),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등 장타력을 겸비한 장수 외국인타자들의 반격도 주목할 만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