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서 배워라! KBO 구단별 성공포인트는?

입력 2017-01-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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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KBO리그 10개 구단은 매년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프로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점은 ‘성적’이다. 제 아무리 구단 가치가 높아도, 또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성적이 나쁘면 팬의 외면을 받고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공의 마지노선은 ‘가을야구’라 불리는 포스트시즌이다. 지난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5개 팀에는 각각의 ‘성공 포인트’가 존재한다. 이는 각 구단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지점이고, 앞으로 지켜야할 가치이기도 하다. 실패한 팀들은 성공한 팀에서 배운다. 성공 포인트는 곧 ‘강팀으로 가는 길’이다. 5개 팀이 밟은 성공의 길을 통해 2017년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진단해보자.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 두산의 ‘베어스 웨이’, 육성은 이렇게!

두산은 2000년대 중후반 ‘화수분 야구’로 명성을 떨쳤다. 2군에서 끊임없이 선수들이 나오면서 이렇다 할 외부영입 없이도 꾸준히 상위권을 달렸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라는 화수분의 사전적 의미처럼,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두산의 화수분은 단기성과가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박종훈 2군 감독 체제에서 처음 빛을 봤지만, 1·2군 감독들이 바뀐 뒤에도 화수분 야구는 지속됐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물 흐르듯 선수단의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이는 현장에 누가 오든, 구단이 만들고 유지해 온 ‘로드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인들이 입단하면, 이 선수를 언제 1군에서 써야하는지에 대한 길을 마련한다. 단시간 내에 1군으로 올려 백업으로 써야 할 선수, 혹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 팀의 주축이 될 선수가 구분되고, 이에 따라 육성 방법과 군 입대 시기 등이 결정된다.

선수 육성에 대한 구조가 확립됐기 때문에 필요한 선수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부 FA(프리에이전트) 중 대체 선수가 마련된 경우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등 ‘스마트’한 운영이 가능하다. 두산만의 특화된 시스템은 가히 ‘베어스 웨이’라 부를 만하다.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 9구단 NC가 보여준 신생팀의 길

NC는 기존 구단 인수가 아닌, ‘0’에서 출발한 순수 신생팀이 어떻게 자리를 잡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준 구단이다. 2011년 9구단으로 창단이 결정된 NC는 이듬해 퓨처스리그(2군)를 거쳐 2013년부터 1군에 뛰어들었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군 첫 해부터 9개 구단 중 7위로 선전하더니, 2년차인 2014년엔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5년엔 한 계단 상승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고, 지난해 다시 한 번 2위로 PO 직행에 이어 사상 첫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수단을 둘러싼 온갖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과였다.

NC는 두산에서 선수단 육성 능력을 보여준 김경문 감독과 함께 손발을 잘 맞춰왔다. 구단은 신생팀 특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장에 힘을 실어줬다. 창단 직후 스카우트 파트에 총력을 기울여 유망주들을 수집했고, 1군 진입 이후에는 선수단에 부족한 부분을 FA와 외국인선수들로 채웠다.

외국인선수 1명 추가 보유나 FA 영입 시 보상선수를 주지 않아도 되는 신생팀의 특전은 NC에 장점이 됐다. 1군 진입 첫 해 FA로 팀의 중심을 잡아줄 고참 이호준과 이현곤을 영입했고, 이듬해 외야와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이종욱과 손시헌으로 센터라인을 보강했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급격한 성장 사이에서 NC는 선수단 관리 등을 소홀히 하는 과오를 남겼다. KBO리그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넥센 이장석 대표. 스포츠동아DB



● KBO 유일의 자생구단, 넥센이 사는 법

넥센은 지난해 팀 연봉 총액(신인과 외국인선수 제외) 10위였다. 박병호(미네소타)와 손승락(롯데), 유한준(kt)이 한꺼번에 이적하면서 페이롤이 급격히 감소했다. 스타플레이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팀 사정상 전망은 밝지 못했다.

그러나 넥센은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3위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새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 맞춰 팀 컬러를 바꿨다. 과거 홈런이 많이 나온 목동구장에서 장타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스피드로 테마를 바꿔 빠르게 적응에 성공했다.

넥센의 야구는 실질적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를 빼놓고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대표가 그린 큰 그림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구단의 특성상 그에게 닥친 위기로 구단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해 이 대표의 법적 분쟁 등 외부 요인이 있었지만, 넥센은 큰 흔들림 없이 이겨냈다.

KBO리그 유일의 자생구단으로서 넥센은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페이롤 감소에도 여전히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 대폭 인상을 안기는 등 넥센의 ‘마이웨이’는 지속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KIA 김기태 감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전통의 명문구단 LG·KIA, 리빌딩 난제 풀다!

KBO리그 최고의 난제는 ‘리빌딩’이다. 상당수 구단이 리빌딩을 외치지만, 실체에 접근조차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LG와 KIA는 4위와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명승부를 펼치는 등 나란히 리빌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는 2013년, 10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2015년 9위로 추락하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배번 9)의 기용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 등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소신껏 팀을 운영하며 관철시켰고 신진세력 기용을 결과로 입증했다.

모기업 윗선의 간섭이 심한 LG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구본준 구단주는 양상문 감독에게 “소신껏 잘 하시라”고 힘을 실어줬고, 구단은 성적은 물론 차우찬 영입에 성공하는 등 모처럼 FA 시장에서 ‘큰 손’ 역할까지 했다. ‘구단주의 믿음’이 LG 변화의 시작이었다.

KIA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LG에서 리빌딩 능력을 선보였던 김기태 감독을 영입하며 계획한 ‘3개년 플랜’이 맞아 떨어졌다. 황폐화된 전력 속에서 김 감독은 2년차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KIA는 역사상 첫 100억원 FA 최형우 영입으로 화답했다.

최근 수년간 실패를 경험한 KIA는 ‘팀 2020’이라는 장기플랜을 통해 육성을 비롯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눈을 돌렸다. 프런트는 긴 안목으로 미래를 봤고, 김 감독을 비롯한 현장을 믿었다. 10개 구단 중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이 가장 활발한 구단인 KIA는 그렇게 어려운 숙제를 풀어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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