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장신의 외국인투수들이 몰려온다, 왜?

입력 2017-01-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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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8일 외국인투수로 브룩스 레일리(키 190㎝)와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새 외국인투수 파커 마켈(키 193㎝)을 영입했다. 둘 다 190㎝가 넘는 장신이다. 삼성은 한술 더 떠 새 외국인투수로 204㎝의 앤서니 레나도를 영입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203㎝)보다 큰 투수로, 삼성 역사상 최장신 투수다. 여기에 신체검사 과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진 재크 페트릭도 191㎝의 장신투수다.



● 키 큰 투수가 몰려온다

각 팀마다 경쟁적으로 키 큰 외국인투수를 영입하고 있다. 장신의 투수가 성공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렌드가 그렇다.

지난해 두산의 원투펀치를 이룬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190㎝)은 키다리 아저씨들이다. 구위도 구위지만, 큰 키에서 내리 꽂는 각도에 타자들은 위압감을 느낀다. 다른 구단에도 키 큰 외국인투수가 짭짤한 재미를 봤다. KIA의 에이스로 활약한 헥터 노에시(191㎝), 일본에서 돌아온 넥센의 앤디 밴헤켄(193㎝)도 큰 키를 자랑한다. 개인사정으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계약하면서 떠났지만, 롯데의 조쉬 린드블럼(195㎝)도 장신을 이용해 까다로운 각도로 공을 던지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앞서 릭 밴덴헐크(198㎝)나 한화 에스밀 로저스(192㎝)도 장신과 압도적 구위를 앞세워 KBO리그를 강타했다.

두산 니퍼트와 삼성 페트릭이 계약을 한다고 보면, 현재까지 2017시즌 활약할 외국인투수 16명 중 무려 9명이 190㎝ 이상의 장신이다. kt 돈 로치(183㎝)를 제외하면 모두 185㎝가 넘는다.

전 SK 에르난데스-전 두산 레스(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두산 베어스



● 외국인투수도 유행을 탄다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1998년 이후 외국인투수도 유행을 타고 있다. 초창기엔 시속 150㎞가 넘는 공에는 국내 타자들이 잘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현대 조 스트롱, 삼성 밴 리베라, SK 페르난도 에르난데스 같은 강속구 투수가 주목을 받고 성적도 올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내투수 중에서도 시속 150㎞를 던지는 영건들이 많아지고, 타자들도 빠른 공에 적응하면서 강속구가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오히려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 경기운영능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삼성 나르시소 엘비라, KIA 마크 키퍼, 두산 게리 레스, 현대 마이크 피어리 등이 이런 유형의 투수들이다.

그런데 또 KBO리그 타자들이 적응하고 기량이 향상되면서 비슷한 유형의 투수 중 실패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각 팀 감독과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어떤 유형의 투수가 KBO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갑론을박의 주제가 자주 등장했다. 완벽한 투수는 KBO리그에 올 리 없다는 전제 하에 ‘컨트롤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강속구 투수가 낫느냐’, ‘강속구는 없더라도 컨트롤 피처가 낫느냐’를 두고 서로 주장이 엇갈렸다.

니퍼트-보우덴-헥터-밴 헤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결론은 각도, 이젠 장신투수 시대

최근엔 키 큰 투수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키가 크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는 사례들이 자주 나오자 구단들이 완벽한 투수를 구할 수 없다면 ‘장신’이라는 무기를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선수 몸값이 폭등하면서 하나의 장점을 찾는다면 장신이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이제 웬만한 특징과 주무기가 없는 외국인투수는 KBO리그에서 실패한다. 대신 장신의 투수는 KBO리그 타자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은 각도다. 니퍼트처럼 큰 키를 이용해 릴리스 포인트를 앞에서 놓거나, 밴헤켄처럼 강속구는 아니지만 완전히 앵글(각도)로 승부를 하는 투수가 성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 팀마다 장신의 외국인투수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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