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를 이용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선수단과 함께 심리학 강연을 들으며 분위기 쇄신을 도모한 것이다. 사령탑의 섬세한 손길 덕분일까. 한국전력은 무형의 효과를 얻어내고 5라운드 반등에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자칫 봄 배구에서 한 발짝 멀어질 위기에 처했던 한국전력. 그렇다면 시즌 막판 반등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해답은 한국전력 신영철(53) 감독이 쥐고 있었다. 신 감독은 4라운드 부진 이후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을 방법을 고심했다. 고민 끝에 나온 비책이 바로 ‘심리학 강연’이었다.
꿀맛 같은 올스타브레이크 기간에 휴식이나 전략보완이 아닌 외부강연을 마련한 이유는 하나였다. 팀의 부진 원인을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4라운드 팀이 부진했을 때를 복기해보면 기술적인 측면보단 정신적인 부담감이 주요 원인이었다”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결여되는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외부에서 심리학 전문강사를 초빙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설명대로 한국전력은 팀이 위기에 빠짐과 동시에 분위기마저 악화일로를 걸었다. 신 감독이 경기 도중 일부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수습이 쉽지 않았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이상 전력 보강이나 기술 터득 또한 어려운 시점. 결국 신 감독은 ‘멘탈 강화’를 반등의 키로 택했다.
이 같은 방향성이 최종적으로 닿은 쪽은 세터 강민웅(32)이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주전세터로 시즌을 출발한 강민웅은 팀 상승세에 큰 보탬이 됐지만, 후반기 들어 이유모를 부진에 빠지며 사령탑의 애를 태웠다. 특히 승부처에서 실수가 잦아지며 자신감마저 결여됐다. 신 감독이 직접 심리학 강연을 준비한 이유 뒤엔 강민웅이 짊어진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함도 자리 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전력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5라운드 2연승을 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달 31일 중위권 향방이 달렸던 삼성화재전에선 모처럼 신바람나는 공격까지 성공시켰다. 세터 강민웅이 리듬을 타자 아르파드 바로티~전광인~서재덕으로 이뤄진 삼각편대가 나란히 힘을 냈다. 신 감독은 “모처럼 승점 3점을 따냈다”며 밝게 웃은 뒤 “(강)민웅이가 평상심을 유지해준 덕분이다. 끝까지 버텨줬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